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 1년이 지났다.
2009년 12월 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이른바 ‘핀 포인트’ 사면을 받은 그는 “지금이 진짜 위기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는 말로 삼성으로 돌아왔다. 초일류 기업도 위험해 빠질 수 있다는 도요타 사태는 조기 경영복귀의 주된 명분이었다.
이건희 회장 효과는 확실했다. “앞만 보고가자”는 이 회장의 복귀 일성처럼 삼성전자는 옆을 가리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열심히 뛰고, 또 뛰었다. 그룹 컨트롤타워로 출발한 미래전략실 역시 연착륙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반도체, 바이오·의료 등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도 신속히 이뤄졌다. 지난 연말 이뤄진 정기 인사에서 이재용 부사장을 사장에 승진시킨 것은 스피드 경영의 백미가 아닐까. 예상을 깨고 경영승계 작업에도 속도를 냈었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리면서 IT 분야 글로벌 강자로 우뚝섰다. 물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분야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으나, 1년 만에 삼성 위기론은 쏙 들어간 분위기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그동안 실현한 결과와 성과에 만족하는 정서가 느껴진다.
복귀 1주년을 맞는 24일 새벽.
이건희 회장은 승지원에서 어떤 아침을 맞이할까. 그가 말한 경영위기는 해소됐을까. 적어도 제품력에서는 그렇게 평가된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현재까지 경영지표와 삼성의 기술력 및 시장지배력을 봤을 땐 그렇게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반도체와 TV 등 주력제품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삼성을 향해 다가오는 환경변화다. 오는 7월 복수노조 허용,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 규정에 따른 내년 4월까지의 지배구조 개편, 메디슨 인수, 바이오시밀러 합작사 설립 등 신사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 헤징 등 적잖다. 삼성 임직원들이 입사에서 퇴사때까지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위기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삼성에 언제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는가?”라고 되묻기도 한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조성될 위기가 진짜 위기가 아닐까.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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