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눈치 봐야하는 대한민국 과학기술
오는 28일 출범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가 국가 R&D에 대한 예산배분·조정, 성과평가에 등 실질적 권한을 확보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과기계는 ‘반쪽 출범’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제한된 권한으로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청와대는 22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12회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하 시행령)’을 심의·의결했다.
시행령에는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과학기술기본법에서 위임한 국과위 역할과 권한을 명시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의 배분·조정’ 사항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국과위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목표 설정과 이를 위한 중점 투자분야 조정 내용 △기술 분야별 투자규모와 사업별 투자규모를 조정한 내용 △기관 간 중복사업의 역할분담 등 조정 내용을 검토·심의한 후 결과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재정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예산편성 결과를 위원회에 제출하며 위원회는 필요한 경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결국 예산의 배분·조정에서 국과위 역할은 검토·심의 차원에 그치며 편성은 여전히 재정부가 담당한다는 내용이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도 국과위는 기술성 평가를 하고 대상사업 선정에는 의견만 제출할 수 있다. 이는 지난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국가연구개발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평가법)’ 개정안과도 관련이 있다. 평가법 개정안은 재정부에서 하던 국가R&D 성과평가 기능을 국과위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시행령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과 예비타당성조사 기술성 평가와 관련된 사항을 협의하기 위해 국과위와 재정부 간 협의회를 운영토록 했다.
과기계 관계자는 “국과위의 실질적 권한은 예산의 배분·조정·평가의 전 주기적 관리에 있다”며 “일부 개선된 내용이 있다고는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국과위의 위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과위가 관여할 국가연구개발사업 범위를 명확히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시행령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범위를 △5년 이상 중장기 △미래성장동력 창출 및 국가적 현안 △기초과학 △기관 간 유사하거나 중복 추진 사업 등으로 규정했다.
특히 국과위가 관계 중앙행정기관장과 협의해 공동기획사업을 지정하고 공동으로 사업추진계획을 진행하도록 해 다수부처 참여업무를 국과위가 주관토록 했다.
과기 단체 관계자는 “의결된 시행령은 당초 과기계가 요구했던 국과위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국과위가 정부의 관련부처의 협조를 제대로 얻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