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일본 원자력 행정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혹 제기가 잇따르면서 일본의 `안전신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
18일 포털사이트 다음과 외신 등에 따르면 20년간 원자력발전소에서 배관 전문 현장감독으로 근무하다가 1997년 사망한 일본인 히라이 노리오 씨가 일본 원전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글은 2005년 국내 한 환경단체 회원이 번역본을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6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계기로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
히라이 씨는 당시 "일본 정부나 전력회사는 원전이 내진설계를 하고 단단한 암반 위에 지어져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얘기"라며 "현장에 전문기술자가 줄고 비전문가들이 많아져 어떤 것이 하자인지도 모르고 작업을 하는 것이 지금 일본 원전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면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에 (부주의로) 철사를 빠뜨려 놓은 채 운전하고 있어 조금만 잘못해도 세계를 휩쓸 대형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를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날까지 양봉이나 치어 양식을 지도하던 공무원들이 원전 운전관리를 담당하는 등 일본의 원전 행정은 무책임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2002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원자로 점검기록을 허위로 기재하고 균열 등의 문제점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경영진이 사퇴하기도 했다.
히라이 씨 글과 함께 지난 16일 도쿄 외신기자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오구라 시로(69) 씨의 고백도 일본 원전 행정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 참여했던 오구라 씨는 "설계 당시 (지진에 대해) 무지에 가까운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오구라 씨는 "지진과 해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며 "정부는 무조건 안심하라며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했던 의학박사 사키야마 히사코 씨는 "일본을 떠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된 것과 동일한 모델의 원자로에 설계상의 결함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ABC 방송은 당시 GE 기술자 증언 등을 토대로 데일 G.브라이든보 등 3명의 기술자가 35년 전 GE의 마크1형 원자로의 설계에 대한 검토 결과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결함이 있다는 확신을 가진 뒤 GE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수십년 간 마크1형 원자로의 능력과 관련해 제기돼 왔던 의문은 원자로 냉각 시 필요한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야기될 막대한 압력을 어떻게 다뤄나갈지에 관한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도 냉각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으면 내부 연료봉이 과열됐을 때 원자로를 싸고 있는 격납용기가 폭발할 수 있다는 마크1형 원자로의 설계상 문제는 이미 1972년부터 반복적으로 제기돼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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