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위기와 천재지변, 정치적 불안 등 현재 국내외 비즈니스 환경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비즈니스 미래 전망조차 불투명한 상태에서 10년을 내다보고 IT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비즈니스의 중심에 IT전략이 자리해야 한다. 17일 전자신문 CIO BIZ+와 한국CIO포럼 주최로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CIO서밋 2011’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들은 “IT에 의한 비용 절감과 업무 생산성 향상은 IT전략의 금과옥조”이며 “예측불가능한 미래를 읽고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전략 기술에 투자하라”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과감히 교체하고 시스템 경영의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국전력은 다음 달부터 내년 초까지 이를 위한 PI 작업을 진행하고 이후 2014년 초까지 전면적인 시스템 개비 작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11년 기업 IT전략의 화두는 역시 ‘IT트랜스포메이션’이다. 하지만 이전과 그 격을 달리한다.
이전의 IT트랜스포메이션이 비즈니스에 이끌려가는, 비즈니스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한 IT 체질개선 프로젝트였다면 2011년 기업정보책임자와 IT부서에게 요구되는 IT트랜스포메이션은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고 나가기 위한 것이다.
‘CIO 서밋 2011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박진 한국전력 ICT기획단장(CIO)의 ‘한국전력의 변혁기 비즈니스 IT 당면과제’라는 주제 강연 역시 이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현재 한전이 처한 상황과 이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전력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계획은 IT혁신을 전제로 추진된다.
◇형질 전환 없이 신기술 도입해야 헛된 투자=한전은 국내 전력시장의 성장 둔화와 공기업에 대한 사회적 혁신 요구 등 변화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동시에 2020년 매출 85조원, 자산 311조원, 자주개발률 60%라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공기업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부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박 단장의 얘기다.
통신사 중에서는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이나 스페인의 텔레포니카처럼 글로벌 B2B ICT 서비스 회사로 거듭난 사례가 많다. 박 단장은 전력회사 역시 내부 혁신을 통해 충분히 해외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EDF, 미국의 AES, 이탈리아의 Enel, 영국의 내셔널그리드 등은 체계화된 업무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시스템화해 경쟁력을 높인 대표적인 전력회사다.
한전 역시 선진화된 프로세스 기반의 ‘시스템 경영체제’ 확립이 최우선 과제다. 또 ICT 서비스의 핵심 요소인 인적자원과 프로세스 수준의 향상을 위해서는 선진 관리기법의 정착과 운영시스템(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박 단장은 “프로세스는 조직과 기능을 꿰뚫어보는 일관된 가치를 창출하는 연쇄 과정”이라며 “선진화된 전사 프로세스 기반의 최적화 시스템을 통해 비즈니스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주목받게 될 스마트 그리드 서비스를 위해서는 내부 프로세스 고도화가 더욱 절실하다.
한전은 우선 다음 달부터 내년 초까지 프로세스 고도화를 위한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서는 조직과 프로세스, 시스템 등 기본적인 ICT 기반 체계를 정비하고 한전의 비즈니스 성과와 가치 창출을 위한 향후 3년의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다. 내년 초 PI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이후 2014년 상반기까지 전면적인 시스템 개편작업이 진행될 계획이다.
◇비용 투자와 생산성 향상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라=하지만 2011년 CIO들을 괴롭히는 것은 비즈니스 혁신, 생산성, 업무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최소한 투입된 IT비용 지출에 대해 경영진이 납득할 수 있는 정량적 성과와 장기적 총소유비용(TCO) 절감 효과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가트너의 ‘머니 메이킹(Money Making)’ CIO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기업 매출에 대한 기여, 또는 비용 절감에 의한 수익구조 개선이 그것이다. 특히 CIO와 IT부서는 비용 절감의 대상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기업 IT 비용이 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 IT의존도가 높은 금융권은 3~5%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IT비용을 줄여도 전체 기업 비용 측면에서 보면 절감된 IT비용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다. IT인력, 데이터센터,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 등 IT에 관한 비용 절감은 새로운 10년의 IT전략으로는 부족하다. CIO는 IT를 이용해 전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 예가 프린팅 비용이다.
김형석 한국HP 이미지프린팅그룹 이사는 사무 현장에서 사용되는 기업 프린팅 비용은 최소 기업 매출의 1%, 많으면 6%에 이른다는 한 보고서 내용을 인용했다. 기업 IT예산보다 더 많은 비용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업 프린팅 비용에서 프린팅 장비나 소모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형석 이사는 “나머지 90%가 문서 수명주기 관리를 위한 비용”이라며 “효율적인 프린팅 솔루션과 관리 서비스(매니지드 서비스)만으로 기업 데이터센터에서 줄일 수 있는 IT비용의 2배 이상이 절감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HP는 자사가 제시한 비용 절감 방안으로 실제 비용이 절감되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지불한다고 밝혔다.
◇웹에서 클라우드로 IT패러다임 진화=금융 위기 후 미래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비즈니스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IT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언뜻 모순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불어닥치더라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IT인프라가 더욱 요구된다. 그 답은 바로 클라우드에 있다. 서정식 KT 클라우드추진본부장은 글로벌 IT패러다임이 웹에서 클라우드로 급격하게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경직된 ‘엔터프라이즈 IT’로는 변화하는 조직이나 서비스를 충분히 지원할 수 없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핵심 가치입니다. 글로벌 IT패러다임이 빠르게 클라우드로 진화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서비스가 3~6개월, 조직은 1~2년을 주기로 변화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IT인프라스트럭처와 소프트웨어 등은 6~10년을 주기로 교체되고 있는 실정이라 기업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힘든 구조다. 실제 클라우드 컴퓨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은 비용절감과 함께 민첩성, 효율성, 관리 편이성을 위해서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 본부장은 “국내에서도 올해 클라우드 시장 형성 단계를 거쳐 내년부터 활성화 단계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내년 이후 3년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연간평균성장률이 무려 120%에 달하는 등 앞으로 10년 이상을 좌우할 핵심 IT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KT는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못지않게 내부 인프라의 클라우드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2월 기준 43개 서비스 클라우드를 적용하고 있으며 올 연말이면 KT 그룹 IT인프라의 50%를 클라우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서버 대수로는 6271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서비스로서 인프라스트럭처(IaaS) 영역의 서비스에 초점을 둬 왔던 KT는 앞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 영역도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올 상반기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로서의 플랫폼(PaaS) 서비스도 단계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박현선·성현희·안호천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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