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스팩 1년, 이대론 안된다](상)1년 여만에 결실 보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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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국내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의 인수합병(M&A)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국내에 스팩 제도가 본격 출범한 지 1년이 넘게 지나고 나서다. 그동안 스팩 관련 업계의 목소리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였다. 사례가 나오기는 했지만 스팩 주 상장 초기 때와는 달리 여전히 실망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도 우량기업 상장과 M&A 활성화를 내걸고 밀어붙였지만, 지금은 책임지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스팩을 둘러싼 현 상황과 대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거의 손을 놓고 있습니다.”

 한창 여타 SPAC들과 우량 기업 인수전을 펼치고 있어야 할 모 스팩 대표가 밝힌 최근 근황이다. 증권과 벤처(캐피털)업계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 지난해 초 국내에서 출범한 스팩 상당수가 ‘개점 휴업’ 상태다.

 지난해 3월 6일 대우증권 스팩이 처음 증시에 상장한 것을 기준으로 볼 때 벌써 1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현재까지 스팩 가운데 출범 목적인 우량기업 인수에 성공한 사례는 한 건에 불과하다. 이 기간 증시에 상장한 스팩 주는 유가증권시장 3개, 코스닥시장 19개 등 22개에 달한다. 자본규모는 무려 6000억원 수준. 인기몰이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자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한다. 현재 대부분이 공모가를 크게 밑돈다. 우량 기업 인수설 소문이 한참 돌아야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인수전 소식도 없자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스팩주들은 인수 실패 시, 3년 후 청산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부분이 2013년 해산한다. 공모가를 밑돌고 청산이 된다 해도 스팩의 공모금이 95% 이상 예치돼 투자자 입장에서 손실은 거의 없다. 하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한다고 보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스팩 대부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회의론이 크게 일고 있다. 출범 당시만 해도 선진 금융제도 도입에 업계는 환영 일색이었다. 시장 급변기 증권시장에 서둘러 올라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유망 신성장기업을 스팩이 인수함으로써 자본시장이 활성화하고 기업 입장에서도 빠르게 자체 자금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백도어’로 불리는 우회상장 건전화도 예상됐다. 스팩 운영주체들이 검증된 인력들이고 이들은 자신의 이력 관리로 승부를 하는 만큼 요건이 안 되는 곳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벤처와 캐피털 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데다가 시급히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된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여전히 M&A가 부진해 자금회수(Exit) 길이 적은 벤처캐피털 업계도 자금 회수 기회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지금 스팩들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한국 기업문화 특성상 M&A에 부정적인 기업 CEO도 영향이 있지만 무엇보다 제도상에 심각한 문제점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주가수익률(PER)을 기업가치산정의 주된 잣대로 삼는 IPO와는 다르게, 자본환원율이 인수의 결정적인 기준이 되도록 한 측면이다.

 작년 말 바뀐 이 규정 때문에 스팩에서는 우량기업에 높은 가치를 인정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다. 당연히 피인수 벤처기업이 스팩들의 제안에 만족할 리가 없다. 나쁜 규정이 좋은 제도를 망치고 있는 셈이다.

 이진호·김준배·이경민기자 jholee@etnws.co.kr

  

  <용어설명>기업인수목적회사(SPAC)=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 경색기에 IPO시장을 활성화하고 유망·우량기업의 상장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했다. 미국은 2003년부터 활성화됐으며, 2008년 9월 기준으로 전체 IPO건수의 54%를 차지한다. 스팩의 진행절차는 회사를 설립해 공모(IPO) 과정을 거쳐 거래소에 상장해 인수자금을 마련한다. 그리고 정해진 기간 내에 우량기업을 합병해 합병대상기업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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