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향후 전개될 엔·달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대지진 이후에도 81~82엔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던 엔·달러 환율이 원전사태 악화로 요동을 치기라도 한다면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역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엔저 현상 나타나면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국내 주식시장은 펀더멘털 악화에 따라 지수 1,900선 지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엔저란 엔화의 통화 가치 하락을 말한다. 따라서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우리 수출기업과 경쟁하는 일본 기업은 수출 채산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우리 기업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엔 일본발 악재에만 반응하고 있지만,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펀더멘털 악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더욱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엔저 현상이 굳어지면 원·달러 환율도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달러가 안전 자산으로 부각될 것이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수요가 증가하며 환율 상승을 부추길 것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시 국내 수출경쟁력에 일시적으로 부담이 될 순 있지만, 달러화 강세 전환이 일본 내 원자재 수입 둔화와 함께 원자재 가격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부담을 완화해줄 것"며 "우리 경제가 엔저 현상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엔고 현상 나타나면
일단 엔고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펀더멘털이 취약해진 일본 경제 및 재정상황, 고유가 등을 고려할 때 엔화가 강세로 갈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원전사고가 확산될 경우 일본 자체의 급격한 수요둔화로 일본 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도 엔고 전망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일본 정부 역시 엔고 현상을 바라진 않고 있다.
엔고 현상이 나타나면 일본 기업 채산성 악화 심화→경기 회복 둔화→글로벌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엔고 현상이 확인되면 시장 개입을 통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엔화 본국 송금으로 당분간 엔화는 급격한 약세보단 81~83엔대 넓은 박스권을 연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딜러는 "95년 고베 지진 이후 엔화가 강세로 간 것은 당시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이 지금보다 견고했기 때문이다"며 "현재 일본의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엔화가 강세로 갈 것으로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엔·달러 환율은 한때 83.29엔까지 치솟았으나 1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는 81.40~81.50엔대에서 거래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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