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휴맥스]변대규 사장 "페어플레이 정신이 성장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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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변대규 사장

 “선택의 연속이었습니다. 휴맥스 고속 성장의 토대는 자체 브랜드를 쓰자는 결정이 주효했습니다. 당시 유럽에서 기반이 미약한 조그만 회사가 사업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현지에 직접 법인과 공장을 만들고 사업을 시작한 일도 옳은 판단이었습니다.”

 잘한 결정도 있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선택도 많았다. “TV사업 진출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디지털TV 사업에서 한국이 일본을 이기며, 이긴 업체 중 휴맥스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결과적으로 혁신을 너무 크게 하려고 욕심을 부렸습니다. 교과서에 있는 대로 ‘혁신은 작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변 사장은 또 매출이 정체하면서 회사를 사업부 구조로 바꾸면서 오히려 회사가 급속도로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사업부 구조는 전반적인 개발과 품질 능력 보다는 매출을 드라이브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내부 역량이 모자란 상태에서 매출을 위해 사업부 구조를 만든 게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잘못된 선택도 상당히 많았고 시행착오도 컸지만 실패하면 ‘바둑의 복기’처럼 잘못된 점을 되짚어 이를 바로잡기를 반복해 휴맥스가 제 궤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21년 동안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제품에 늘 도전하면서 반칙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실패를 해도 ‘정직한’ 실패를 택했던 페어플레이 마인드가 결국 지금의 휴맥스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과서적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교과서적으로 극복한 좋은 사례로 남고 싶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변 사장은 기업 규모에 따라 외부 사업뿐 아니라 내부 프로세서를 포함한 조직력을 제대로 정립했기 때문에 성장통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스> 휴맥스 성공 요인은

 벤처 1세대로 출발한 휴맥스가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창업 후 21년 만에 이룬 위업이다. 빠르게 변하는 정보화·디지털 시대에 중소기업이 강산이 두 번 바뀌는 20년 수명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생존조차도 힘든 상황에서 휴맥스는 맨 바닥에서 출발해 중견기업 반열에 올랐다.

 대부분의 매출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올리는 값진 성과를 이루었다. 기업 생로병사에서 불가피하게 겪는 ‘성장통’도 무사히 넘겼다. 그것도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에서 흔한 인수 합병 없이 이뤄냈다. 기존 기업과 다른 휴맥스만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며 수많은 중소기업의 새로운 ‘롤(Role)’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휴맥스가 지속 성장한 데는 무엇보다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을 제대로 읽었기 때문이다. 이를 놓치지 않고 사업화 기회로 활용했다. 휴맥스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던 노래반주기는 당시 시장이 막 열리는 시점이었다. 노래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반주기 수요가 치솟았지만 정작 제품은 보잘 것 없었다. 휴맥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주력 사업인 셋톱박스 사업도 마찬가지다. 반주기 시장이 포화한 상황에서 위성·디지털 방송과 맞물려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 주목했고 과감하게 사업을 전환에 성공으로 이어 나갔다.

 두 번째는 역시 ‘한 우물 경영’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인력·자본 등 리소스(활용 자원) 면에서 한계가 크다. 휴맥스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했다. 초기에 시작했던 모든 사업을 접고 셋톱박스 한 분야에만 ‘올인’했다. 단일 품목에 집중하면서 전 세계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해외 진출 방식도 대륙별로 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단계적인 지역 확대 전략을 펼쳤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전문화는 가장 ‘교과서적인 방식’이었지만 사실 사업을 추진하다보면 당장 이익이 되는 사업에 기웃거리기 십상이다. 휴맥스는 결코 과욕을 부리지 않고 원칙을 세우고 꿋꿋이 실행해 옮겼다.

 세 번째는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휴맥스가 선택했던 노래반주기·셋톱박스 모두 대부분의 기업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분야였다. 여기에 휴맥스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시장도 철저하게 틈새 위주로 파고들었다. 셋톱박스 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당시 톰슨·모토로라 등 쟁쟁한 기업이 즐비했다. 그러나 이들 글로벌 기업은 주로 미국·유럽 등 큰 시장이 큰 지역, 그 중에서도 수요가 많은 나라에 관심을 두었다. 휴맥스는 반대로 영국·중동 등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지역을 개척하고 이를 기반으로 판로를 넓혀 나갔다. 틈새에서 메인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마지막으로 철저한 현지화다.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자신의 눈으로 직접 시장 변화를 파악했다. 이 덕분에 훨씬 능동적이며 신속하게 시장의 목소리에 대응할 수 있었다. 휴맥스는 지금까지 16개 나라에 생산·영업 법인과 지사를 설치했다. 거의 현지화를 위해 대기업과 맞먹는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