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에 밀리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지위를 가진 일본을 강타한 이번 대재앙이 전 세계 경제회복의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잃어버린’ 시간이 20년이나 지속되면서 장기 경기침체 탈출에 안간힘을 쓰던 일본은 예기치 못한 천재지변 앞에 또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일본 동북부에 쏠려 있는 지구촌의 눈길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희생자를 향한 애도와 함께 이제 막 다시 일어서려던 세계 경제에 치명타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함께 실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본 대지진이 아프리카·중동지역 불안정 지속, 스페인 등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 우려, 인플레이션 기조 확대 등과 맞물려 글로벌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재무구조가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일본의 국가재정이 상황 전개에 따라 요동칠 경우, 이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와 맞먹는 메가톤급 충격이 글로벌 경제·산업 전반에 몰아닥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행히 신흥국 중심의 가파른 경제 성장세와 미국 소비 회복세, 글로벌 금융시스템 안정화 등 전반적인 경제회복 흐름은 대지진 위기를 뚫고 지속될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신용평가사들은 직접 피해를 입은 일본의 성장률은 단기간 하락 가능성이 있지만,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을 잇따라 내놓았다.
BNP파리바는 일본 대지진 피해가 글로벌 경제 회복세를 꺾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일본 경제가 지진 피해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향후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일본 피해복구 비용이 GDP의 2~3%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 비용으로 일본의 재정적자가 심화될 불안요인을 안고 있다고 평했다. 피치와 S&P는 일본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보였다.
일본의 작년 12월 경상흑자는 1조1950억엔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무려 30.5%나 증가했다. 다우존스의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연간 경상흑자도 전년 대비 28.5% 늘어난 17조800억엔을 기록했다. 일본 소비자 경제전망치인 1월 소비자신뢰지수도 전월 대비 5.9포인트나 올라 90.4를 기록했다.
이처럼 일본의 내재적 경제 에너지가 쌓여가던 차에 이번 재앙이 터지면서 충격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빠른 기간 내에 자본력과 특유의 국민성을 집중한다면 이번 위기가 경기 반전의 ‘스위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진 피해로 일본의 GDP가 1% 줄어들 것이란 전망 속에 향후 장기적으로는 건설·인프라 등 사회간접시설 복구로 오히려 장기 침체 국면을 벗어나는 모멘텀이 만들어질 것이란 지적인 것이다.
일본 국가재정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국민 보유 자금이 대거 풀릴 수 있다는 점도 긍정요인으로 꼽힌다.
외환 측면에서도 세계적 안전자산 중 하나인 엔화가 대지진 이후에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지진이 세계경제의 추락으로 몰고 가진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국제경제에 밝은 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저출산·고령화·저금리 등으로 경제 전반에서 활력을 잃고, 세계경제 흐름에 전혀 힘을 못 쓰는 구조가 지속돼 왔다”며 “이번 대지진이 일본 자국 내 경제질서를 생동감 있게 개조하고,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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