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직장` 금융공기업 이젠 옛말

금융권 공기업 직원들이 흔들리고 있다.

고임금에다 정년 보장까지 아무 걱정할 게 없을 것만 같은 금융권 공기업 직원들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금융권 공기업 직원들은 임금 삭감 및 동결, 신입 초임 20% 삭감 조치로 이젠 `신의 직장`이란 말을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한은ㆍ금감원 "일한 만큼 보상 안 돼"

금감원은 지난해 임금을 기획재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4.1% 인상했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선 최근 몇 년간의 임금동결과 삭감을 고려한다면 아직도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실제로 금감원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인 지난 2008년 임금을 동결한 데 이어 2009년에도 임금을 동결한 뒤 5%를 반납했다. 게다가 2010년엔 아예 임금을 5% 삭감했다.

10일 금감원에 따르면 신입사원들의 초임은 20%가 깎여 3천만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업무가 폭증했는데 임금은 오히려 큰 폭으로 줄었다"며 "예전처럼 신의 직장 수준은 꿈도 꾸지 않고, 최소한 일을 한만큼의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은 역시 지난해 임금을 5%(신규직원 20%)를 삭감했다.

하지만 조직의 수장인 김중수 총재는 한은이 여전히 `신의 직장`, `철밥통`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 1일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에서 "개인의 수월성이 반영될 수 있는 전문직의 경우 연봉제를 적용해 성과에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직장과 정년이 보장된 상황이 우리 조직의 이미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 직원 급여는 시중은행과 비교해 중하위권 수준"이라며 "`신의 직장`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노 갈등 우려

금융 공기업의 급여 테이블 이원화는 노-노 갈등의 잠재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의 신입 행원(2010년 입행) 급여는 2천900만원대다. 정부가 공공기관 신입 급여 20% 삭감을 단행이기 이전 기업은행 신입행원의 급여는 3천700만원 수준이었다.

근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임금 격차가 더욱 확대된다는 것도 문제다.

2010년 신입행원이 10년 근속(매년 3% 임금 인상)할 경우 연봉 총액은 5천900만원이다. 반면 2009년 입행한 직원은 10년 지나면 연봉 총액이 7천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대학생 자녀 학자금 무상지원 등 상대적으로 탄탄했던 각종 복리 후생 제도도 상당 부분 없어졌다.

한마디로 선배들이 누렸던 혜택은 2010년 신입행원들에게는 돌아가지 않는 이젠 `그림의 떡`일 뿐이다.

기업은행의 한 신입행원은 "제조업 계약직 근로자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부르짖고 있고, 이들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관심도 크다"며 "그러나 정작 금융공기업 직원들은 정부의 임금 삭감 조치에도 불구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의 사정도 다를 것이 없다.

산은 관계자는 "신입들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 입행했지만, (신입)교육 과정에서 이직하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며 "이들의 이직의 사유를 들어보면 대다수가 기존 직원과의 (임금)형평성 문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요새 젊은이들은 임금 수준에 민감하다"며 "우수한 인재를 붙잡고 싶어도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만큼 수준에 맞는 임금을 주지 못해서 붙잡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산은 지원자를 보면 예년과 비교해 많이 줄었다"며 "다른 `신의 직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씁쓸해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산은은 지난 5년 동안 4번의 임금동결과 1번의 임금 삭감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빠져나갔다"며 "산은을 국제적으로 키울 의지가 있다면 (임금 문제는)우리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은 관계자는 "2010년 입행한 행원들은 기존 직원과 어울리면서 쉽게 급여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미안한 마음에 선배들도 급여와 관련해서는 이들과 소통을 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표출되지 않고 있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국책은행의) 임금 체계 이원화는 직원들 사이에 갈등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