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지펀드 몰려온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한국 시장으로 밀려오고 있다.

연기금 규모가 커지고 고액자산가가 늘어나지만 국내 시장 참가자들의 자산 운용은 제한이 많다는 게 주요 배경이다. 올해 들어서만 맨인베스트먼트, 윈턴퓨처스 등 글로벌 대형 헤지펀드가 삼성, 미래에셋증권과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대형 헤지펀드는 9곳에 달한다.

밀레니엄파트너스, 하이랜드캐피털매니지먼트(HCM) 등 대어급 헤지펀드 역시 상품 판매가 임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맨인베스트먼트 자회사인 GLG파트너스와 싱가포르 대표 헤지펀드인 APS자산운용 등도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신문이 미래에셋 삼성 대우 한국투자 우리투자 동양종금증권 등 국내 6개 증권사에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판매한 역외 헤지펀드를 분석한 결과 7일 기준 총 1214억원이 모집된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절대 수치는 크지 않지만 고액자산가 대상 역외 헤지펀드가 처음 판매된 게 지난해 8월(최초 31억원 규모)이라는 데 비춰보면 불과 반년여 만에 39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손원준 트러스톤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 이사는 "글로벌 헤지펀드가 1년 사이 13배가 성장한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 등을 통해 고액자산가 성장성을 확인하고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대출담보부증권(CLO) 관리 회사인 HCM도 6개월 이내 한국에 자사 헤지펀드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마크 오카다 HCM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내 증권사 2곳을 대상으로 판매망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현재 법무법인을 섭외해 한국 등록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가 해외 펀드를 수입ㆍ판매하는 현 방식에 안주해서는 결코 한국판 토종 헤지펀드가 나올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궁성 한국투자증권 싱가포르 법인장은 "헤지펀드의 핵심은 펀드에 자금 조달, 매매, 대차스왑 등의 기능을 제공해 주는 프라임 브로커(prime broker) 육성 여부에 달렸다"면서 "현재 국내 증권사는 이러한 노하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용어설명>

헤지펀드:소수 투자자로부터 투자 자금을 모집한 후 차입 투자, 차익 거래, 롱쇼트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통해 연 10% 안팎의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뜻한다. 성과에 따라 펀드매니저에게 성과급이 지급된다. 국내에 진출한 9개 헤지펀드 총 운용자산 규모는 916억달러에 달한다.

[매일경제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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