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무선(Wireless)의 그늘

 서울에서 부산을 갈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치자. 위험하지만 1시간 만에 갈 수 있는 빠른 길과 무려 5시간이나 걸리지만 안전한 길,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빠른 길은 돈과 직결되는 경제성이 높은 방법이다. 반면에 안전한 길은 이익이 적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생명을 돌보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판단이다.

 지금은 자고 나면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21세기, 초스피드 산업시대다. 기술이든 제품이든 ‘선점’하는 것만큼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좋은 방법도 없다. 1분 1초를 앞당겨 기술을 개발하고, 먼저 선보이고, 미리 시장에서 치고 빠지고, 늘 어떻게 하면 ‘먼저’ ‘앞서’ ‘선점’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일단 빠르면 절반은 성공이다. 여기에 편리함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 스피드가 생명인 정보통신산업이 그랬고, ‘속도’ 하면 우리나라였다. 빠르면 편했고, 편하면 좋았다. 그리고 돈이 됐다. 우리나라가 특히 그랬다. 더 이상 무슨 고민이 필요한가였다.

 와이어리스(Wireless), 선이 필요 없는 무선통신은 모든 활동을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여겨졌다. 무서류, 무방문 등 가능한 오프라인의 모든 것을 없애고 온라인으로 대체하려는 시도 또한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최근 전자파 교란 사태를 보면 덜컥 겁이 난다.

 이렇게 쉽고, 빠르고, 편한 것일수록 ‘한방에 가버리는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 두려움은 두려움에서 끝나지 않는다.

 휴대폰 분실에, 또는 잠시 먹통이 된 인터넷 때문에 지금도 사회가 들썩이는데 일상생활의 소통과 직업상의 업무까지 대부분 무선통신으로 해결하는 시대에 무선통신이 두절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무선통신 대중화의 단적인 사례인 리모컨을 떠올려보자. 예나 지금이나 전원버튼과 채널, 음량을 조절하는 버튼이 수상기 어디에든 부착돼 있다. 갑자기 리모컨이 고장났을 때,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가끔씩 이 버튼을 유용하게 사용한다. 평소에는 사족(뱀 다리)같지만 급할 때는 없어서는 안 될 장치다.

 빠르고 편리함을 내세워 오프라인의 가능한 모든 것이 온라인화된다 해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남겨둬야 할 부분은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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