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IT UP! 이젠 글로컬라이제이션이다]-클로컬로 혁신을 주도한다

 “전 세계 소비자 입맛에 맞춘 ‘글로컬(Glocal)’전략으로 세계시장을 누빈다.”

 국내 IT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넘어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의 전략은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되 각국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유연하게 접근하는 ‘세계화(Globalization)+현지화(Localization)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전략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원칙이지만 현지 사정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화와 현지화를 동시에 이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다국적 기업의 현지 토착화 전략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 필요한 것은 현재 전 세계가 격변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스마트혁명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혁명은 휴대폰을 넘어 스마트패드, TV, 스마트워크, 클라우드컴퓨팅으로 번져가고 있다. 세계 IT 지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을 만큼 거센 불길이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스마트혁명에 대응해 세계 각지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감행하며 전 세계를 한 울타리 안에 묶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48개 기업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에도 200억달러가 넘는 현금을 갖고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다. IBM은 2015년까지 200억달러를 기업 인수합병에 쓴다고 밝힌 바 있어 올해 세계에 M&A 바람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국산이 곧 글로벌 브랜드”=우리 기업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한다. 한국산 제품이 글로벌 브랜드로 등극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는 지난해 세계 100대 기업 중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19위, 현대자동차는 65위로 매겼다. 우리 기업들이 꾸준히 품질을 높이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그러나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별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국내에서는 업계 1위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시장에선 각 지역에 따라 고급 브랜드가 되거나 때로는 보급형 브랜드가 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아시아 신흥시장에서는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졌지만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최근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즉 전 세계를 단일 시장으로 보고 동일한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IT 정글’ 현지화가 핵심=이 같은 한계점을 인식하고 국내 IT기업들은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을 비롯한 동남아, 중국, 중동, 독립국가연합(CIS) 등 지역을 중심으로 공격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주자는 전자업계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화 전략을 키워드로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는 물론이고 글로벌 경영을 위한 혁신적 기법을 발 빠르게 도입하면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TV 1200만대를 비롯한 6연 연속 세계 TV시장 1위 기록달성에 나선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넘버원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한다. LG전자 역시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강한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개발(R&D) 및 제조에서 품질과 스피드를 확보하기 위한 담금질을 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KT는 아시아·아프리카·CIS·중동·북아프리카 등에서 와이브로, 광케이블 등 국가 기간망 구축사업을 수행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SK텔레콤은 중국·대만 등지에서 한발 앞선 서비스를 선보이며 한국 통신기업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글로컬라이제이션’ 관점에서 단순히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현지 관련 업체와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제휴와 합병, 시장 안착의 지름길=방송업계도 올해를 해외 진출의 원년으로 삼았다. 위성방송사인 스카이라이프는 최근 쿠델스키그룹의 나그라비전과 맞춤형 광고 솔루션사업을 위해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삼성SDS·LG CNS·SK C&C 등 IT 서비스업체들은 갈수록 고도화되는 IT 컨버전스와 스마트 서비스 등 새로운 수요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들은 중동·인도·CIS·동남아·중국·중남미 등에서 전자정부와 지능형교통시스템(ITS)·보안·지리정보시스템(GIS) 등의 수주에 나선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계도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염두에 뒀다. 서비스 대표업종인 유통분야 업체들은 현지 업체들과의 합작투자, 지역 특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CJ오쇼핑은 중국 미디어그룹인 ‘상하이 미디어 그룹’과 손잡고 동방CJ라는 합작사를 설립,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해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자 모바일사업에 초점을 맞췄던 게임사들은 올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을 겨냥한 스마트폰용 게임을 쏟아내는 등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국내 금융사도 연내 9개 은행이 27개 해외점포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 극복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차세대 먹을거리 창출이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다국적기업들 “우리도 한국기업”=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도 이익이라는 ‘실속’과 동반 성장이라는 ‘배려’로 한국에 터전을 닦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현지화 목표는 1차적으로 자사 제품과 브랜드의 한국시장 판매다. 그 다음은 글로벌화 지원 및 협력을 통한 동반 성장이다. 금융위기 불황터널을 모범적으로 극복한 한국에 또 다른 성장엔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한국IBM·한국후지쯔·한국EMC 등 다국적 기업들은 클라우드컴퓨팅이라는 신시장 선점에 초점을 맞췄다. 클라우드 서비스 라인업을 갖추고 마케팅 열전에 돌입했으며 가상화 등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내 현지화를 지향하는 다국적기업들은 본사는 비록 외국에 있지만 ‘우리도 한국기업’이라는 신념으로 한국경제 발전의 일선에서 분투하며 국내업체와의 협력은 물론, 고용과 교육의 책임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빠지지 않는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은 없지만, 씨를 뿌려 놓음으로써 장기적으로 미래 수요 발굴·핵심 엔지니어 양성·회사 인지도 향상·제품 친숙도 확대 등을 통해 한국에서의 기반을 보다 확고히 하겠다는 포석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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