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58개월로 예상했던 GM의 ‘쉐보레 볼트’ 신차 개발기간을 29개월로 대폭 단축했습니다. 전기자동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각종 첨단제어시스템을 설계하는 작업을 혁신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3일 멕 셀프 IBM 소프트웨어그룹 래쇼날 소프트웨어담당 부사장은 최근 제너럴모터스(GM)가 야심차게 선보인 전기자동차 ‘쉐보레 볼트’의 탄생에 IBM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출시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었고, 특히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형식의 신차를 기존의 일반 자동차 개발플랫폼에서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혁신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바로 IBM의 래쇼날 소프트웨어다. GM은 이 솔루션으로 2011년식 쉐보레 볼트에 탑재될 다양한 첨단제어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했다. 또 전기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으로 알려져 있는 배터리 시스템을 비롯해 전기 구동장치 및 각종 전자시스템의 중요한 제어장치 설계에도 적용했다.
IBM의 래쇼날 소프트웨어는 GM의 글로벌 엔지니어링팀들이 더 효과적으로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또한 신차 개발의 기간을 대폭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셀프 부사장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GM 엔지니어들이 순차적으로 개발에 참여할 수 있어 24시간 내내 연속적으로 개발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면서 “개발 방식을 개선시켜줬을 뿐 아니라 제품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변경사항을 관리하는 데도 적극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IBM은 GM이 쉐보레 볼트의 전지팩을 완성하는 데도 일조했다. GM은 IBM의 수퍼컴퓨터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약 3년에 걸쳐 9개의 모듈과 288개의 셀로 이뤄진 전지팩을 검증 테스트해 안전성과 내구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셀프 부사장은 “1980년대만 하더라도 자동차 산업에서 SW의 비중에 5%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SW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따라서 과거의 개발 프로세스나 도구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기 자동차의 경우 시스템 설계작업에 1000만개의 코드가 필요할 정도로 개발 프로세스가 복잡한 만큼 이를 표준화하고, 오픈 플랫폼으로 통합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IBM의 래쇼널 소프트웨어는 자동차 산업 뿐 아니라 우주, 항공, 국방 에너지 산업 등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의 프린팅 전문 업체인 OCE는 새로운 프린팅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래쇼널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통상적으로 6개월 걸리던 프로토타입 개발을 불과 2개월로 단축시켰고, 전체 완제품 생산에도 8개월을 줄일 수 있었다. 케논이 비싼 가격에 OCE를 인수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는 게 멕 셀프 부사장의 주장이다.
셀프 부사장은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소비자들의 요구 사항을 제품에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개발 및 설계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오픈 개발 플랫폼의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
안호천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