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일을 당해도 감정을 잘 다스리며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려 하지 않고 늘 배려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네이버 오픈사전은 대인배를 ‘아량이 넓고 관대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반대말은 소인배, 혹은 찌질이.
축구 선수 차두리는 최근 경기 중 자신에게 침을 뱉은 바레인 선수를 용서하고 경기 후 티셔츠를 교환하는 매너를 보여 ‘대인배’라는 찬사를 들었다. 프로게이머 김준영 선수는 경기가 불리하게 진행되던 중 재경기를 요청할 수 있는 버그가 발생했지만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는가 하면 지방에서 찾아온 팬에게 택시비를 건네는 등 깔끔한 경기력과 팬과 동료를 배려하는 태도로 대인배란 칭호를 얻었다.
‘마음 씀씀이가 작고 간사한 사람들이나 그 무리’를 뜻하는 ‘소인배’의 반대말로 흔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소인배’의 반대말은 ‘대인’이나 ‘군자’다. ‘대인’이 넓은 도량과 깊이 있는 인격을 갖춘 존경할만한 인물이라면, ‘대인배’는 일상에서 보다 세심한 배려를 하거나 현실적이라 더 피부에 와 닿는 이해 관계를 과감히 포기하는 등의 생활밀착형 좋은 사람에 가깝다.
그래서 디지털 서민들의 활동 공간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유명 연예인들이 사소한 선행으로 ‘대인배’란 칭호를 들으며 대중의 열광을 얻는다. 또 이는 우리의 현실, 특히 인터넷 공간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주장을 담은 목소리들만 높을 뿐 배려와 존중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이 표현은 만화가 김성모 화백의 작품에 등장한 ‘소인배는 대인배를 알아보는 눈이 없어 소인배라 하는 것이지’라는 대사에서 유래했다. 초기엔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쓰였으나 최근엔 연예 기사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일상적인 표현이 됐다.
한편 ‘소인배’의 ‘배’(輩)는 ‘무리’를 뜻하는 말인데다 ‘불량배’ ‘간신배’ 등과 같이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사소한 다툼과 이해 관계에 매달리지 않는 훌륭한 사람 한명에게 사용하는 것은 어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은 기억하자.
* 생활 속 한 마디
A:우리 회장님은 평생을 걸쳐 일구신 그룹을 아무 댓가 없이 아들에게 물려주시고, 재산은 가족들이 이사로 참여하는 재단에 희사하셨지요.
B:그분이야말로 진정한 대인배시군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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