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정보기술(IT)이 진보를 이룬다고 해도 인간이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내면의 진실을 읽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최면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도 캐내지 못한 인간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도전에서 시작됐다.
최면은 목격자나 피해자의 잠재의식 속에 각인된 기억을 끌어내 범죄 수사에 활용되기도 하고, 최면 상태에서 느끼는 신체적 특징을 이용해 마취와 같은 의학적 치료에도 적용되고 있다.
최면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기원전 928년 그리스 잠의 사원에서 발견된 벽화나, 이집트 파피루스에 남겨진 기록에서 살펴볼 수 있듯 고대에서부터 지속됐다. 현대적 의미에서 최면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의사 프란츠 안톤 메스머로부터 시작됐다.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던 메스머는 인간 및 동물의 체내의 자력이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동물 자력 이론을 주장했고, 이를 활용한 치료법을 선보였다. 메스머의 독특한 치료법은 빈의 의사들로부터 지탄을 받았고, 메스머는 프랑스 파리로 옮겨 치료를 지속한다.
기록에 따르면 메스머의 치료는 의술이라기 보다는 주술적 행위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의학적 효과가 있는지를 증명하기도 이전에 그의 치료가 성과를 거뒀다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났고,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메스머의 치료에 열광하면서 별도의 연구소까지 열게 해줄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그의 인기는 그를 추종하는 메스머라이저와 메스머리즘이라는 신드롬까지 낳았지만, 그만큼 프랑스 과학자들의 메스머에 대한 비판도 거세졌다.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 의사 조제프 이냐스 기요탱, 천문학자 장 실뱅 바이이, 미국 대사 벤저민 프랭클린 등이 참여한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 위원들은 메스머의 치료법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검증했고, 메스머는 파리에서 추방돼 1815년 3월 5일 메르스부르크에서 사망했다.
메스머는 사기꾼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죽었지만, 그의 후예들은 꾸준히 메스머리즘을 발전시켰고, 현대 최면의 토대를 마련했다. 최면의 과학성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지만, 최면으로 일어나는 신체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는 다양한 의학적 실험으로 연결된다.
비과학적인 현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아이러니에서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도 진일보하고 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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