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간 가격 경쟁이 불붙었다.
점유율 하락을 우려한 선두업체의 가격 인하가 경쟁 업체 가격까지 끌어내리는 형국이다. 구매자는 저렴한 가격에 장비 구입이 가능하겠지만, 유지보수 등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협력사의 수익성 악화, 국내 제품 가격 하락이라는 ‘유탄’이 예상된다.
1일 통신장비 업계에 따르면 시스코시스템스·알카텔-루슨트·주니퍼네트웍스·노키아지멘스·에릭슨 등 글로벌업체 간 가격 경쟁으로 통신장비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시스코는 최근 점유율 하락을 우려해 전략 장비에 대한 기존 가격을 최대 75% 선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분기(회계연도 8월 기준)에 4분기 연속으로 판매 수익이 하락하고, 시장점유율을 경쟁사에 빼앗긴 데 따른 조치다. 특히 한동안 통신사업자 중심의 공급에서 탈피, 기업용 데이터센터·보안 분야 비중을 늘리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낮아진 시스코 할인 폭이 최근 70~80%까지 떨어졌다고 판단, 가격인하에 돌입했다. 업계는 시스코가 제품 공급가를 기존대로 유지하는 대신 나머지 일부 장비를 기증하는 방식으로 가격인하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수위업체의 공략에 경쟁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알카텔-루슨트는 국내의 치열한 경쟁상황을 고려해 본사로부터 전략 가격을 받아 대응하고 있다. 주니퍼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니퍼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사 요인과 함께 건별 입찰이 진행되는 발주 관행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할인 폭에 더 유연성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통신사업자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벌어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롱텀에벌루션(LTE) 장비 납품업체 선정에서도 가격이 최대 변수로 작용했다. 당초 납품업체 선정에서 약자로 분류됐던 노키아지멘스가 2개 통신사의 장비공급 업체로 선정된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는 게 납품 단가다. 가격 면에서 경쟁사가 없다고 평가되는 중국 화웨이보다 노키아지멘스 가격이 더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통신사들은 가장 낮은 가격에 맞춰 다른 장비 업체에 납품가 인하를 요구,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 같은 가격 하락에 업계에서는 필요 이상의 경쟁은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통신장비 업체의 한 관계자는 “보통 연간 단위 계약이나 개발 로드맵을 고려해 계약하는 외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건별 입찰을 진행한다”며 “국내에서는 가격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 기능을 빼서라도 가격부터 맞춘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글로벌 업체들의 가격 경쟁은 협력사의 이익률 하락,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도 유지보수 등 장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맹목적인 가격 경쟁을 경계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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