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과학수사대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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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위조품. 한눈으로도 위조품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조악하다. <사진2> 반도체 제조공정과 거의 흡사한 과정을 거쳐 만든 위조품. 정교하게 만들어져 눈으로 식별이 쉽지않다.

 #구로에 위치한 A사는 최근 생산한 제품이 작동하지 않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유는 구매한 반도체 부품이 껍데기만 그럴싸한 위조품이어서였다. 이 회사는 부품 교환뿐만 아니라 재작업에 드는 수리 비용까지 지급하는 피해를 입었다.

 

 #국내 대기업은 해외 반도체 공급업체와 불량 문제를 놓고 논쟁 중이다. 대기업은 반도체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고 공급업체는 취급 부주의에 따른 정전기로 인한 반도체 불량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대기업은 고민 끝에 국내 유일의 불량품 분석 업체에 의뢰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과학수사기법을 도입해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나 부품 분야에서도 과학적인 불량 분석 기법이 도입되고 있다.

 1일 국내 유일의 반도체 및 부품 신뢰성 및 불량 분석 전문업체인 큐알티반도체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에 모조품 및 불량품 검사 의뢰건수는 70여건으로 2009년 40여건에 비해 80%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IT 수요 회복으로 급격히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주문에서 공급까지 대기기간이 크게 길어지자 세계적으로 모조품 유통이 크게 늘었다. 모조품도 진화하는 추세다. 지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폐기된 기판에서 반도체를 떼어내거나 플라스틱 몰딩을 갈아낸 후 잉크를 이용해 제품명을 세기는 조잡한 모조품이 주를 이뤄 쉽게 식별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관에 다시 한 번 플라스틱 몰딩을 입인 후 레이저를 통해 제품명을 넣는 형태여서 외관분석만으로는 위조품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신종명 큐알티반도체 부장은 “최근 세 곳에서 모조품 의뢰검사를 실시해 보니 같은 위조품이었다”며 “엑스레이기로 투시, 회로패턴 등을 검사한 결과, 모조품으로 파악돼 해당 기업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반도체기업과 수요처 간의 분쟁도 늘어나는 추세다. 불량원인은 놓고 수요기업은 설계 오류를 주장하고 반도체기업은 취급자의 정전기로 인한 불량으로 주장하면서 기업 간 관계까지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 역시 엑스레이 검사나 정전기 재현 등 첨단기법을 통해 설계 오류인지, 정전기나 습기 등 취급 부주의에 따른 요인인지 식별이 가능하다. 일부 회사의 경우 위조품이 들어간 완제품이 해외로 수출돼 금전적 피해와 더불어 회사 신뢰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도 했다.

 김영부 큐알티반도체 사장은 “최근 들어 일부 업체에서 제품 납품 시 엑스레이 투과 영상 사진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품과 위조품을 식별하기는 쉽지 않다”며 “앞으로도 모조품 수입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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