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온리원부품소재]세계 LED 메카로 부상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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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산업이 국내에 태동한 지 30여년이 흘렀지만 현재 장비, 재료와 같은 분야의 국산화율은 25~30%에 불과하다. 디스플레이는 지난 2005년 이후 국내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세계적인 소재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확대됐지만 초창기 10년간은 대부분 해외 제품에 의존해야 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 중인 LED 분야는 사정이 다르다. LCD에 장착되는 LED가 급부상하면서 LED 시장을 급속도로 키우고 있고 초기부터 국내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

 다국적 LED 관련 업체가 한국 LED의 전후방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국내 LED산업 생태계 조성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동종기업과 건강한 경쟁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국내에 투자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한국을 전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R&D, 생산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이어서 한국이 LED와 관련된 소자부터 소재, 장비 분야에 이르는 메카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국적 기업이 몰려온다…‘LED 허브, 코리아’=존 필러 비코 회장은 지난해 10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빅3’ 업체들이 현재 세계 LED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의 LED 업황이 자신들의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잣대인 것은 물론이고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기술은 해외에서도 성공한다는 믿음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LED 관련 다국적 기업은 본사를 제외하고 한국에만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하는 등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ED용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분야 세계 ‘빅3’ 중 하나인 미국 비코는 올해까지 총 1700만달러를 투자해 경기도 용인에 연구개발(R&D)센터를 구축한다. 비코가 미국 외 지역에 R&D센터를 설립하기는 한국이 처음이다. 고객사와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려는 포석이다.

 한국다우코닝은 2009년 진천공장 내에 인캡슐런트 생산라인을 준공하고 계속해서 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인캡슐런트는 LED 칩 외부에 투명막을 형성, 습기 및 충격으로부터 LED를 보호하는 고부가가치 패키징 소재다.

 다우케미컬 전자재료(EM) 그룹은 지난 10년간 LED 분야를 포함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3억달러가량을 투자했다. 다우케미컬은 충남 천안시에 2015년까지 4500만달러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충남 천안 3산업단지에 LED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를 생산할 천안 제3공장을 건설 중이다. LED 전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인 삼중메틸갈륨(TMG) 분야 세계 1위인 이 회사는 올해 천안에 TMG 생산라인도 가동할 예정이다. 다우케미컬이 미국 이외 지역에 TMG 라인을 건설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투자는 ‘성과’로 이어졌다. 비코는 2010년 매출의 26.6%를 한국에서 올렸다. 지난해 적자를 털고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것은 한국 LED업계의 성장 때문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기업과 공동투자…산업생태계에 기여 ‘톡톡’=최근에는 한국의 유망한 LED 기업과 함께 지분을 투자해 아예 신규법인을 설립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용 화합물 전문업체 유피케미칼(대표 신현국)은 올해 미국 삼중메틸알루미늄(TMA) 전문회사 켐추라와 총 1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에 국내 TMG 생산법인을 설립한다.

 합작사는 공장이 완공되면 자체 생산한 TMG를 국내외 LED 업체에 납품하기로 했다. 켐추라는 연매출 23억달러의 특수화학 전문기업으로 TMG의 주원료가 되는 TMA 생산능력이 세계 최대 수준으로 전해졌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투자운용회사인 버텍스 벤처 매니지먼트와 LED 분야에서 역량 있는 회사를 공동 발굴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다국적 기업의 이 같은 행보는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이른바 ‘먹튀’가 아니라 국내 LED산업의 실질적 성장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실제로 TMG는 LED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국내 TMG 소비량도 늘고 있지만 공급처가 다변화하지 못해 수급이 불안정하다. 인화성이 강력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빠른 항공운송 대신 긴 납기를 감수하고 해상 운송을 통해 TMG를 수입해왔다. 그러나 다우케미컬, 유피케미칼과 켐추라의 합작법인이 생산라인을 가동하면 TMG 수급에도 즉각 숨통이 트이게 됐다.

 양질의 일자리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비코는 R&D 설립계획을 밝히며 국내 이공계 인력을 대거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LED업계가 더욱 앞선 기술을 수용하는 발판도 될 전망이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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