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명의로 등록한 휴대폰 번호 둘 가운데 하나를 그의 아내가 썼다. 명의는 하나이되 사용자를 아내로 했던 것. 지난해 8월 A는 아내의 휴대폰을 새 것으로 바꾸면서 이동통신사업자까지 바꿨다. 그런데 이른바 ‘공짜폰(엄밀하게는 공짜가 아니다)’ 판촉에 따라 아내 휴대폰을 바꾸려다 보니 A의 명의로 된 번호가 한 사업자에 모였다. 쓰던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사업자를 바꾸는 ‘번호이동’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A와 아내가 같은 이동통신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것이다.
A는 한 사업자의 서비스를 통해 휴대폰 번호 두 개를 쓰게 됐으니, 당연히 이용 실적에 따른 마일리지도 하나로 통합해 운영될 줄 알았다. A씨 명의로 쓴 번호 두 개의 마일리지를 자연스럽게 더해주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다.
올 2월, A는 명의를 그대로 두되 실제 사용자인 아내 이름 앞으로 마일리지카드를 따로 신청해야 했다. “명의 한 개에 마일리지카드 한 장(만)을 발급하는 게 기준”이라는 벽에 맞닥뜨렸기 때문. 무지한 나머지 허공에 날린 6개월치 마일리지를 소급해 되찾을 수 있었을까. “불가능하다”는 대답만 들었다.
A는 내친걸음에 아내의 휴대폰 번호로 계약한 내용 이것저것을 확인했다. 그는 마일리지 운영 기준에 대해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이유를 따져 묻는 것에 앞서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새어 나가는 다른 것부터 막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 마일리지보다 더 큰 누수가 데이터 서비스 요금에 있었다. 그야말로 콸콸 흘러나갔다. 월 1만3500원에 데이터 500메가바이트(MB)를 쓰는 요금제에 가입했는데, 6개월간 쓴 데이터 월 평균치가 119MB였다. 6개월간 낸 요금의 절반은커녕 23.8%에 불과한 이용량이었다. 무지한 나머지 허공에 날린 6개월치 데이터 이용권한을 소급해 되찾거나 요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을까. 아니, 같은 대답을 들어야 했다.
A는 무지의 소치로 자조했다. 무지한 소비자를 그대로 놓아둬야 할까. 아니, 보호해야 올바르다. 영국과 미국 소비자는 국가기관이 공인한 통신상품 가격·성능 비교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눈에 이윤창출의 불을 켠 사업자의 요금 덫에 소비자가 치이지 않게 공공기관이 돕는 구조다. 한국은? “소비자여, 스스로 부지런하라! 그래야 속지 않는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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