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패드의 도래, 페이스북 열풍, 아이폰4, 위치정보 애플리케이션 포스퀘어, 고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
CNN방송이 선정한 2010년 기술 부문 10대 뉴스 목록이다. 지난해 미국의 뉴스 화면이 전자·정보통신 분야 소식들로만 넘쳐났다는 얘기다.
국내로 시선을 돌려보자. 그래핀 관련 연구 노벨상 수상, 나로호 2차 발사, KSTAR 중수소 핵융합 성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기몰이, NASA 비소기반 박테리아 발견, 한국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 쇄빙시험 성공...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이 설문조사를 통해 발표한 2010년 우리나라 과학기술 10대 뉴스는 과학기술계 전반의 소식들이 고루 올라 있다. 두 조사 내용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술의 최신 트렌드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기술도 유행을 타기 마련이고 뉴스는 곧 최근의 소식임을 고려할 때 첨단 최신기술이 각광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나의 관심은 그럴수록 유행과는 상관없이 중요한 기술, 특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해도 그 기술에 희망을 걸고 묵묵히 땀 흘리는 사람들에게 가 닿고는 한다.
이를테면 건설기계 부품 생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이진희(23)씨에 관한 기사를 꼽을 수 있다. 이씨는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형 제관부품을 납품하는 (주)에스틸의 유일한 여성 용접기능사다. LCD 제조업체에서 조립 업무를 담당하다 용접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 후 전북인력개발원 에너지시스템제어과에서 특수용접 1년 과정을 수료했다.
지난해 열린 제 45회 기능경기대회 출전선수들을 다룬 기사도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 어머니, 삼촌에 이어 딸까지 메달 도전에 나섰다는 한 가족, 조적부문 금메달을 수상한 원주교도소 무기징역수 정모 씨, 나란히 메달을 따 낸 고교생 형제 등 경기대회 내용 못지않게 그 뒤편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들이 주목 받는 이유는 희소성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남성들조차 꺼려하는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이진희 씨의 경우는 물론이고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한 일가족과 형제, 재소자 또한 독특한 이력 때문에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데 갈수록 기능인 그 자체가 희귀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부품·소재를 만드는 공정산업이자 주력 기간산업의 최종 품질을 좌우하는 뿌리산업 분야는 더욱 그렇다. 3D산업이란 인식 탓에 젊은이들이 외면하고, 이 때문에 신규취업이 감소해 생산현장이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의 53%가 40~50대인데다 2006년 18%였던 외국인 취업자 비율이 2008년 39%로 급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1400억원을 들여 정밀금형개발센터를 건립한 데 이어 LG전자도 올해 금형기술센터를 설립하기로 해 관심을 모았다.
금형기술을 비롯한 주조, 소성, 열처리, 표면처리, 용접 등은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완성품의 품질 경쟁력을 밑받침하는 산업의 뿌리다. 우리 정부도 뿌리산업을 키워 제조 강국으로서의 기반을 더욱 확고하게 다진다는 구상 아래 지난해 5월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뿌리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과 인적 자원이 생산현장으로 흘러들고, 이것이 실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다. 모쪼록 이 같은 산학연관의 노력이 뿌리산업 발전과 그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khna@kite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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