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과 17일, SK에너지를 시작으로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순으로 난방유 가격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정유업체들은 매출 비중이 높은 휘발유와 경유 대신 서민용 연료로 대표되는 난방용 등유를 가격인하 카드로 내밀었다. 인하 폭은 리터당 50~60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시작된 석유제품 가격 논란은 석유가격TF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압박으로 이어졌고, 결국 정유업체들이 백기를 들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이번 가격 인하로 2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정유업체의 난방유 가격인하는 주주 눈치와 정부 압박 사이에서 내린 고육지책이다.
이번 난방유 가격 인하가 실제 효과와 정부 만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석유가격 TF가 출범한지 한달이 지났다. 2월 중 석유가격 인하방안과 유통구조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원래대로라면 오는 23일 마지막 회의가 열린다. 가격 인하 압박엔 성공했으니 다음은 약속했던 석유유통구조 개선방안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지난 1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석유제품 가격 태스크포스(TF) 결과가 나오면 (정부 차원의)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통구조는 이미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주유소간 수평거래가 허용됐고 공급자 증명제도가 폐지됐다. 정부 의도대로 경쟁구조에 접어든 것이다. 23일로 예정된 석유가격TF를 통해 정부가 어떤 카드를 꺼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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