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13년간 추진해온 ‘시스템IC 2010 사업’이 올해로 마무리된다. 팹리스(Fablees)란 개념조차 생소했던 지난 1998년에 시작해 13년 동안 정부 출연 2376억원, 민간 출연 2225억원 등 총 4600억원이 투입됐다. 참여기업들의 매출 증가는 물론이고 특허 등록 380건, 논문 발표 959건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특히 이 프로젝트를 통해 수많은 국내 팹리스 기업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시장 영역을 넓혔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한국이 시스템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난 2004년 이후 매년 2개의 1000억원 이상의 팹리스 기업을 배출해온 국내 팹리스 산업은 지난해 실리콘웍스가 2570억원의 매출을 기록, 유일하게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우리 경쟁상대인 대만은 매출 10억달러(1조2000억원) 이상인 팹리스 기업이 3개사로 오히려 늘었다.
대만 팹리스 업체들의 성공은 고객이나 디자인하우스 등 관련 산업이 서로 보조를 맞추면서 발전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연구성과를 업계로 이전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하고 연구원 스핀오프로 새로운 반도체 기업을 배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런 대만의 성공사례만 보더라도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자명해진다. 융합 산업의 핵심인 시스템IC 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반도체·부품·모듈·세트산업을 아우르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13년간의 노력과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템반도체 강국의 꿈을 향해 다시 뛰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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