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3G망보다 40배나 빠른 4G망 기술인 롱텀에벌루션(LTE)-어드밴스트를 세계 최초로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 시대의 선결 조건이라 할 수 있는 4G망으로의 진화에 우리나라가 한 걸음 앞서간 사건으로 기대가 크다. 어렵게 개발한 4G 원천기술을 세계로 수출할 수 있도록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하겠다.
사실 현재의 통신망은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트래픽 폭증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오죽하면 한때 통신사업자에게 계륵과 같았던 와이파이(Wi-Fi)가 효자노릇을 하고 있겠는가.
실제로 통신 3사의 모바일 트래픽은 지난해 9월 전년 동기 대비 100~300% 증가하며 음성통화 품질을 염려할 정도로 늘어났다. 게다가 앞으로는 스카이프와 같은 mVoIP가 활성화되고, 스마트폰, 스마트패드(태블릿PC), 스마트TV 등 다양한 플랫폼과 기기가 더욱 보급되면 유무선 전체 네트워크 부담은 훨씬 커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때문에 통신사업자들은 올해 LTE를 조기에 도입하고, 와이파이망을 확대하는 등 네트워크 확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문제는 통신망 고도화를 위한 투자 여력이 넉넉지 않다는 데 있다.
통신사업의 패러다임이 망 중심에서 플랫폼과 단말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부담은 가중되고 수익은 다른 서비스 사업자들이 가져가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통신사업자들은 그동안 마케팅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콘텐츠와 서비스를 좌우하는 폐쇄적인 전략을 써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네트워크는 스마트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것인 만큼 망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생태계의 다른 부문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서비스 융〃복합화로 단일한 통신망을 통해 여러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과다한 트래픽 유발자가 다른 서비스의 품질을 저해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에게 망에 대한 투자유인을 제공하고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중립성 규제안을 통과시켜 초고속 인터넷사업자들이 동등하게 망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면서도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편, 무선 분야는 망중립성에서 예외로 두어 필요에 따라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유럽연합(EU)도 망중립성을 지향하되 의무화하지 않고 시장의 자율성을 지켜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다양한 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시장 자율에 의해 통신사업자들이 망에 대한 투자 유인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개방적 생태계 조성과 더불어 스마트한 네트워크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망중립성과 관련한 합리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방송통신 업계의 화두인 ‘스마트 강국’도 망의 진화와 스마트한 네트워크 운영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할 것이다.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상근부회장 12jss@kto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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