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국내 해상풍력산업의 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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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충렬 목포대학교 해상풍력중심 신재생에너지 인재양성센터 석좌교수.

 가히 녹색산업의 혁명이라고 할 풍력발전 산업은 이제 서서히 육상에서 해상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해상풍력발전단지의 설비용량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성장 추세다. 이는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개발과 부품산업의 활성화, 정책적 기반을 통한 주변 인프라의 구축에 의해 이룩될 수 있었다.

 글로벌 오일 업체인 영국 BP는 북해에 설치돼 있는 해상 오일생산플랫폼의 유정이 40~50년 후 폐쇄될 경우에 대비해, 설치 시설의 인프라를 활용한 대형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을 계획하고 착수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 시범 사업은 스코틀랜드 앞바다 수심이 50m되는 지점에 5㎿급 2기를 실증용으로 설치·가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5㎿급으로 기종을 선택한 것일까. 이는 수심이 깊어 수중 하부구조물 제작·설치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형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이 적절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으며, 해풍에 의한 연간 발전량도 비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로 영국의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날로 강세를 띠고 있다.

 이와 같이 대단위 단지개발이 이뤄지면 그 주변에 최소한 타워 공장이나 블레이드(날개) 공장, 하부구조물 제작생산 공장을 조성토록 유도하는 지역 지방정부의 요구가 있기 마련이다.

 독일의 해상풍력 기반시설 투자유치 성공사례를 들어보자. 북부지역의 쿡스하펜시는 지역경제 개발정책의 일환으로 인증을 위한 시범단지 제공으로 시작해 인증기관 데비오씨씨(DEWI-OCC)를 유치하고, 부두시설 확장 등을 제시하며 해상풍력을 위한 전진기지로 입지조건을 다졌다. 또 대형풍력발전 제작사를 통해 수중 하부구조물 제작공장과 타워 제작공장이 입주할 수있는 여건을 만들어줘 해상풍력단지로 가는 전진기지가 되도록 했다.

 독일은 해상풍력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전문기구를 만들었으며, 정부 및 산학연 전문가 그룹을 형성해 지금의 해상풍력기술 및 산업 발전에 일조를 하게 됐다. 또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을 위한 환경 및 경제적 타당성 연구를 수년간 지속 수행해왔다.

 또 독일은 환경 관련 규제가 엄격해 사전검토를 충분히 한 후 인허가를 내주게 돼있다. 이러한 여러 주변 인프라를 구성해 가면서 검토해, 독일의 해상풍력발전 단지는 해안에서 20㎞ 이상 떨어진 위치에 인허가가 나게 됐고 수심도 20m 이상 되는 곳에 설치하게 됐다.

 이런 점에서 보면 독일이 빠르게 대형화 개발에 진입 할 수 있게 된 것은 앞서 언급했듯 정책적·기술적 인프라를 조성하고 충분한 전통적 기술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교토의정서에 입각해 성숙하기도 했지만, 독일의 선도적 정책은 유럽연합까지 흔들어 놓고 풍력을 유럽의 미래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도록 했다. 이렇듯 유럽 각 나라들은 독일처럼 해상풍력산업의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보급을 통한 기반기술을 다지고 있다.

 해상풍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육상풍력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 해상풍력발전기는 대형구조물제작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형 점보제트기나 에펠타워 등과 크기 면에서 비교되기도 한다. 즉 내륙지방의 공장에서 제품이 제작되면 당장 항구까지 운송문제가 발생하고, 운반구조물의 크기도 제한이 있기 때문에 대형 풍력발전기의 내륙지방 제작은 매우 어렵다.

 한편, 국내 중견 중공업체들은 대거 풍력산업화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형 풍력발전기 기술개발에는 경험이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급한 기술도입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금은 외국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앞으로는 경험 및 기술력이 풍부한 컨설팅 회사들과 기술이전을 보장 받으면서 기술을 개발하기를 기대해 본다.

 특히 우리 주변에는 중국 등의 거대 경쟁업체들이 많이 산재해 있다. 우리가 이런 조건하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가 위해서는 기반기술의 확보 및 자체 연구개발도 절실하다. 다만 이러한 인프라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정부 나름의 유도 정책이 확립돼야 한다.

 중국과 같이 고압계통선을 설치해주면서 풍력산업을 키우지는 못해도, 비슷한 정부의 자구책이 국회에서 다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언젠가는 국내에서도 국산제품에 의한 해상풍력산업이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될 날이 오리라 믿어본다.

 손충렬 목포대학교 해상풍력중심 신재생에너지 인재양성센터 석좌교수 scy73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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