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인력 `참여율 관리제`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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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1. 공공기관인 A연구소는 지난해 다양한 정부 프로젝트 수주로 경영성과가 크게 향상됐다. 전년과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연구활동을 수행하면서 칭찬받을 만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이 과정에서 연구인력 참여율이 100%를 넘고 말았다. A연구소는 감사원 지적을 받았고 후속 조치에 따라 프로젝트 수행비 일부를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례2. 정부출연 연구기관 B는 아예 별도의 ‘참여율’ 관리 전담 인력을 두고 있다. 전담자가 하는 일은 합리적 연구 인력 배치나 조정이 아니다. 형식적 작업으로 참여율이 100%를 넘지 못하도록 행정처리만 하는 게 전부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에 실제로 투입된 인력과 보고서에 기재된 사람이 다른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적용되는 연구인력 참여율 제한제도가 오히려 연구인력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짜맞추기 식 이중 행정 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율은 국가 R&D 과제에서 연구과제 중심 운영체계(PBS)를 운영하면서 인건비 중복계상, 국가 예산의 전용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출연연은 물론이고 정부 R&D 사업 관리기관들도 참여율이 제대로 된 검증수단도 못 되면서 불필요 행정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연구인력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근 산업기술진흥원장은 “국가 R&D 과제의 효과적 규제수단이 되지도 못하면서 연구기관들의 운영을 옥죄고 있는 것이 참여율 제한제도”라며 “대다수 기관이 형식적 참여율 관리를 하는데다, 재정부 공공기관 관리지침과 참여율 초과 금지 조항은 서로 모순되는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참여율 제한과 공공기관 관리지침이 상충된다는 점이다. 재정부의 공공기관 관리지침에는 기관 총인건비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구원에서는 인력을 마음대로 충원하지도 못하는 구조다. 이럴 경우 연구기관은 인력의 참여율 100% 도달하면 인력을 더 뽑을 수도, 신규 사업을 확대할 수도 없게 된다. 연구원이나 소속 인력이 더 노력해도 추가적인 과제 수행이 불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형식적 참여율 계상과 관리도 문제로 꼽힌다. 참여율은 인위적으로 부여한 비율일 뿐 참여인력의 기여도나 실제 과제 참여시간 등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 기관은 참여율과 무관한 별도 급여체계를 두고 있다. 참여하지 않은 과제에 임의로 인건비를 올리는 등의 파행도 계속되고 있다.

 참여율이 연구인력의 창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연구원이 하루 12시간을 일하더라도 8시간에 기준이 맞춰져 있는 참여율에 묶여 초과근무분은 전혀 참여율에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다. 또 한 시간에 100의 성과를 내는 사람과 200의 성과를 내는 인력 간 차이도 인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창의적 인재들이 더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것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연구기관에 대한 프로젝트 운영권을 맡기고 결과물 위주의 평가를 강화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출연연 본부장은 “프로젝트 인건비는 과제를 수주한 기관이 일괄 흡수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신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엄중한 평가를 통해 향후 과제 수주 시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주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참여율=국가 R&D 수행기관 소속 연구원이 사업에 참여하는 인건비를 계상하는 기준으로 통상 근무일의 근무시간 중 과제관련 업무 수행시간의 비율을 말한다. 1인이 다수의 정부출연과제에 참여하면서 R&D의 질이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연구원의 참여율은 10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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