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가는 오르고 세트업체는 후려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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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에 위치한 한 커넥터 업체는 주요 원자재인 구리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중순에 비해 10~15%의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했다. 그러나 세트업체는 오히려 5~7%의 납품 단가인하를 요구해 갈등을 빚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고유가, 고물가, 고원화 ‘3중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핵심소재인 구리 등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제조원가가 높아지면서 소재 및 부품 제조업체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세트업체에 납품단가 조정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최종 소비자가 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어서 세트업체 불만이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구리와 석유 등 원자재가 급등이 생산원가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지난 3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 3개월물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장중 톤당 1만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초에 비해 30% 오른 가격이다. 국제유가도 10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공산품의 원가부담을 나타내는 생산재 가격지수 상승률은 10.1%로 2008년 12월(12.7%) 이후 2년 만에 첫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결국은 이 같은 원가에 영향을 미쳐 국내 부품 및 소재업체의 주름살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소재 및 부품업체의 어려움을 감안해 납품단가 조정에 팔걷고 나섰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11일 삼성전자 등 15개 대기업 CEO와 간담회를 갖고 중소업체들이 가장 큰 관심사항으로 꼽고 있는 납품단가 조정 문제 등에 대한 대기업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정부의 움직임에 세트업체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경제장관과 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서 한 단체장은 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며 정부 물가상승억제 압력에 대해 우회적인 우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 상승억제 압박과 판매 감소 우려 때문에 납품 단가 인상분을 최종 소비자가격에 반영하기 힘들다”며 “납품단가는 인상하고 최종가는 인상을 억제하라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정부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손영기 거시경제팀장은 “최근 물가상승은 코스트 푸시(Cost Push)에 원인이 있어 기업이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며 “조달비용과 유통단계 축소 등 단기적 대책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