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업계에서 절대강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대구경 전환경쟁이 계속될 것입니다. 이는 과거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일어난 업체 간 경쟁양상에 비춰보면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박종관 아즈텍 생산본부 공정개발팀 박사는 LED 대구경화 경쟁이 최소 8인치까지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력이 엇비슷한 업체들이 경쟁 회사 대비 원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대구경 경쟁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마침 지난달 세계 최대 사파이어 잉곳 제조사인 미국 루비콘은 12인치 사파이어 웨이퍼를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박 박사는 “12인치 사파이어 웨이퍼를 당장 LED 양산에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대구경화 경쟁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시장에서 8~12인치 공정이 단기간에 정착되고 최대 450㎜ 공정까지 개발되듯, LED 시장에서도 대구경 경쟁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박사는 지난 2006년 일본 야마나시대학원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해까지 코벌런트머티리얼(옛 도시바세라믹스)에서 단결정 성장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말부터는 국내 사파이어 잉곳 전문업체인 아즈텍 생산본부에서 공정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아즈텍이 6인치 잉곳 양산에 성공하면서 대구경화 관련 공정 개발에 매진 중이다. 그는 “6인치 이상 대구경 잉곳 생산 과정은 여러 명이 먹을 국을 한 번에 끓이는 것과 유사하다”며 “양이 많은 음식의 간을 균일하게 맞추기 어렵듯 큰 도가니 내의 상층부와 하층부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LED를 만들 때 사파이어가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고열에 의해 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듐·타이타늄 등을 첨가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파이어 잉곳은 웨이퍼로 만든 뒤 MOCVD 공정을 진행하면 볼록하거나 오목하게 휜다. 마치 오징어를 불에 구우면 오그라드는 것과 같은 보잉(bowing)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박 박사는 “이전까지 순수하게 고순도 알루미나(Al₂O₃)만을 융해해 사파이어 잉곳을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각종 첨가물을 더하는 추세”라며 “금속재료와 Al₂O₃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열에 의해 변형을 막는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업체별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파이어 잉곳 양산기술과 관련해서는 향후 시장에서 우월한 방식이 정해질 것으로 점쳤다. 박 박사는 “키로풀러스·초콜라스키·수직수평온도구배법(VHGF) 등 다양한 양산기술들이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현재 가장 생산량이 많은 것은 키로풀러스”라며 “어떤 방식이 더 저렴하게 사파이어 잉곳을 생산할 수 있는지에 따라 표준 방식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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