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 직원 3~4명이 갓 출근한 모바일 앱 개발 벤처 원피스 사무실은 조용했다. 불규칙하게 배치된 책상과 곳곳에 놓인 알록달록한 소파가 눈에 띄었다. 대표가 아직 출근하지 않은 대표실에는 고양이 한 마리만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김정태 대표가 집무실 한쪽에서 키우는 애완고양이다.
10분쯤 지나자 청바지에 점퍼를 입은 김 대표가 등장했다. 이 회사의 출근 시간은 10시지만 유연한 편이다. 대학생이 섞여 있는 직원들은 앱 개발도 하지만 틈틈이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고 쉬고 싶을 때는 쉬면서 아이디어를 찾는 데 집중한다.
세간에 화제를 뿌리며 ‘악마의 앱’이란 별칭까지 얻었던 ‘오빠 믿지’ 앱을 개발한 원피스는 이러한 근무 환경이 있어서 창의적인 앱 개발이 가능했다고 단언한다. 8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오빠 믿지는 연인 간 위치확인 및 무료 메신저를 즐길 수 있는 앱이다.
“앱 개발의 핵심은 ‘크리에이티브’입니다. 다른 회사처럼 출근시간 정확히 지켜서 오래 앉아 있다고 괜찮은 앱이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자유롭게 상상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중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가 앱으로 직결돼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근무환경 조성에 가장 신경쓰는 편이에요. 사실 저부터 얽매이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요.”
원피스는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휴가 혜택을 부여했다. 3개월에 10~13일씩의 유급휴가를 주는 것. 10여명의 직원들이 다같이 미술 전시회를 보러 가기도 한다. 호칭은 ‘님’으로 통일돼 있지만 김 대표를 포함한 편한 회식 자리에서는 소위 ‘야자(반말)’도 오간다.
원피스는 올 한 해 전략 앱 3종 출시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우선 기존 오빠 믿지 앱을 단순한 위치 확인에서 그치지 않고 연인 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담은 앱으로 확대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 지인의 고민에 ‘오지랖’을 표시할 수 있는 앱 ‘오지랖퍼’도 곧 개발을 끝낸다. 오지랖퍼는 카카오톡과 유사한 UI에서 지인이 고민을 등록하면 쪽지로 대꾸를 할 수 있고, 고민을 등록한 지인은 마음에 드는 ‘오지랖’을 골라 ‘좋아요’ 표시를 할 수 있다.
마지막 앱은 이름이 결정되는 대로 사명도 앱 이름과 동일하게 변경할 계획이다. 그만큼 원피스는 이 앱에 사활을 걸고 있다. UI는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포스퀘어’ 앱과 비슷하지만 원피스만의 참신한 감각이 더해졌다. 이 앱은 투자를 유치해 완성도 높은 앱으로 구현될 전망이다.
전략 앱 3종은 기존에 출시된 앱에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정태 대표는 “오빠 믿지 앱 역시 GPS와 메신저 기능이 들어간 다른 수많은 앱과 비슷했지만 차별화 포인트는 컨셉트, 작명 등 마케팅”이라며 “같은 콘텐츠를 어떤 감각으로 포장하느냐에 따라 흥행여부가 바뀐다”고 답했다. 이 밖에 20~30대가 주 사용층인 원피스는 확실한 타깃을 무기로 자체 모바일 광고 플랫폼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달 말 현재 구로동에 위치한 사옥을 홍대 근처로 이사할 계획이라는 원피스의 포부는 원대하다. 김정태 대표는 “오빠 믿지로 악명이나마 명성을 얻었지만 ‘대학생들이 일을 냈다’는 사실에 도취되면 비전이 없다고 본다”며 “후속 앱에 대한 기대가 부담도 되지만, 올 한 해 전략 앱에 집중하는 동시에 현실에 치이기도 하며 내공있는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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