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일 오후 구글에서 ‘MIT’를 검색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인터넷 홈페이지로 갔다. MIT 교수와 학생이 무엇에 관심을 뒀는지 알고 싶어 ‘리서치’를 선택했더니 ‘MIT뉴스’에 연결됐다. 이날 스콧 브라운 상원의원이 MIT를 다녀갔다는 소식으로부터 인공지능·로보틱스 연구성과에 이르기까지 학교 안팎의 움직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열려 있었다.
#2 ‘KAIST’를 검색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터넷 사이트에도 갔다. 연구하는 과제와 성과를 따로 소개하는 공간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디지털 사이언스 라이브러리’라는 코너가 눈에 띄어 선택했으나 보유한 문서 목록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한글 중심 서비스였고, 이런저런 연구 보고서에 접근하려면 허락(로그인)부터 받아야 했다. 닫혀 있었다.
우리나라 대학의 인터넷 가시성(Visibility)이 ‘낙제점’이다. 논문·인용색인 등 연구성과와 학교 관련 문서가 인터넷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의 글로벌화를 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8일 사이버메트릭스랩이 세계 1만2010개 대학의 인터넷 가시성을 측정·계량화한 ‘대학 웹 순위 2011’에 따르면 한국 주요 대학은 모두 240위권 밖에 머물렀다. 인터넷 가시성은 해당 사이트가 이용자에게 노출·검색되는 정도를 나타낸다.
조사결과 우리나라 대학들은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권 대학보다 인터넷 가시성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KAIST와 서울대가 각각 242위, 253위로 200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뿐 나머지는 500위 이하로 밀려났다. 포스텍이 513위, 연세대가 535위, 고려대가 538위, 부산대가 673위였다.
이 순위는 웹보메트릭스(Webometrics) 기법을 이용해 각 대학의 인터넷 실적(활동성)을 계량화한 뒤 상대 비교한 것이어서 국제화 지표로 여겨진다. 각 대학 인터넷 사이트의 외부 연결(링크) 수를 가시성으로 보고 산출 지표의 50%를 반영한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이 ‘인터넷에서 얼마나 눈에 띄는지’를 알 수 있다.
또 구글·야후 등 주요 인터넷 검색엔진의 페이지 수(20%), 문서 파일 다양성(15%), ‘구글 스칼라(Scholar)’가 제공하는 논문·인용·보고서 수(15%)를 더해 순위를 측정한다. 궁극적으로 세계 주요 대학의 교육·연구성과 영향력을 반영한 지표인 셈이다.
한국 주요 대학은 순위는 지난해보다 크게 하락했다. KAIST가 179위에서 242위, 서울대가 224위에서 253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678위와 710위였던 성균관대와 경북대도 70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 주요 대학의 국제 영향력이 날로 위축되고 있음을 방증했다.
한국과 달리 대만·일본 대학은 약진했다. 지난해 1~34위가 모두 미국 학교였는데 올해에는 타이완대가 12위, 도쿄대가 16위, 교토대가 24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쳉쿵대(80위), 치아오퉁대(81), 내셔널센트럴대(95위) 등 100위 안에 든 대만 대학이 많아 시선을 모았다. 100위 안에 든 아시아 대학은 싱가포르대(92위)를 포함해 7개에 불과했다.
세계 1위는 MIT가 차지했다. 지난해 1위였던 하버드대는 2위로 내려앉았다. 이어 스탠퍼드대, 캘리포니아버클리대, 코넬대 등이 5위 안에 들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은 19위에 올라 미국 일색이던 지난해 상위 순위에 변화를 일으켰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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