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석유제품의 적정 가격 여부를 논의·점검하기 위해 발족된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가 지난 18일 첫 회의 후 3주가 흘렀다.
9일 3차 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TF는 여전히 안갯속을 거닐고 있는 형국이다. 꺾일 줄 모르는 석유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모였지만 실제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월 중 대안을 내놓겠다는 당초 목표도 수정해야 할 판이다.
◇대안이 없다는 게 현실=석유가격 인하 방법은 두개다. 하나는 석유가격의 50% 정도를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 수준에 불과한 정유사의 이익률을 더 낮추는 것이다.
문제는 둘 다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석유가격 TF를 주도하고 있는 지식경제부도 묘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지경부 한 관계자는 “유류세 중 30%는 탄력 세율로 조정이 가능하지만 현재 90달러 대인 국제유가 수준에서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영업이익이 3% 수준에 불과한 정유사들에게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의도가 있는 석유가격TF=석유가격TF 발족은 사실 정유사가 석유제품 가격을 스스로 낮추도록 유도하는 무언의 압력과 다름없다. 기획재정부에서도 “유류세를 낮출 수 없다”며 다른 대안을 찾도록 지경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한 관계자도 “석유가격 TF를 구성한 이유는 정유사들을 압박해 스스로 가격을 조정토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차 TF 회의 때부터 정유사들의 참석을 배제시킨 것도 이를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주주 눈치 볼 수밖에 없는 정유사=정작 압력을 받고 있는 정유사들도 해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2009년 부진을 지난해 경기회복과 유가 상승으로 겨우 만회했는데, 수익과 직결되는 가격인하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가격 인하는 현재 3%대 영업이익률의 악화와 직결된다.
특히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사장들이 이끄는 정유사들의 경우, 더욱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영업이익 하락은 곧 경영성과와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처럼 외국인 지분 비중이 3분의 1이 넘는 기업들은 외국인 주주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모두 주총에서 선임된 사장들로 가격인하로 인한 실적 악화는 큰 부담”이라며 “가격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자칫 안 좋게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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