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서 롯데를 맞는 엔씨 선수들 부담이 커 보입니다. 창단하고 맞는 첫 시즌이라 창원시민들도 많이 왔어요.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엔씨소프트가 온라인게임 아이온 이용자들에게 게임 속에서 이벤트 선물을 준다는데 사실인가요?”
2014년 봄 위와 같은 프로야구 중계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프로야구 제 9구단의 우선협상자로 엔씨소프트를 승인했다.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프로야구의 역사를 게임 벤처기업이 다시 쓴 셈이다.
야구계와 게임업계는 환영 분위기다. 롯데 자이언츠를 제외한 8구단이 엔씨소프트의 강력한 의지와 재무 건전성에 손을 들어줬다. 업계는 게임의 사회적 인식 제고와 브랜드 확장에 엔씨소프트가 앞장서주길 바라는 소망을 전했다.
야구게임 ‘마구마구’를 개발한 김홍규 애니파크 대표는 “제 9구단 창단이라는 야구계 숙원이 게임업체를 통해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엔씨소프트의 창단은 단지 벤처기업이 프로야구 구단을 만든다는 차원을 넘는다. 콘텐츠 산업, 특히 사회적 편견에 시달렸던 게임 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사업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게임 산업은 지금까지 스포츠를 소재로 게임을 만들거나 스포츠 선수를 후원하는 사업으로 영역이 나뉘어졌다. 야구가 소재가 된 ‘슬러거’, 축구가 소재가 된 ‘피파’, 농구가 소재가 된 ‘프리스타일’ 등의 스포츠게임이 대표 사례다. 넥슨의 지바 롯데 마린스 후원이나 NHN 한게임의 오릭스 버팔로스를 후원도 브랜드 홍보의 수단이다. 엔씨소프트의 구단 창단은 게임과 스포츠를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할 밑거름이다.
증권가 전망도 밝다. 발표 후에도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최경진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야구단 창단 승인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전했다.
최 연구원은 “게임회사가 프로야구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하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야구가 최근 게임의 중요한 소재로 떠오르면서 라이선스 문제도 중요해졌는데, 중장기적으로 핵심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물론 프로야구단 창단에 고비는 남아 있다. 인터넷이나 게임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기존 기업집단과는 다르다. 수백억원의 창단 준비자금이나 운영비에 따르는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1군 참여를 위해 50여명의 선수단 확보 및 전문 코칭스태프의 구성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연고지인 창원시뿐만 아니라 롯데 자이언츠 등 기존 구단의 협조도 필요하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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