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0일. 과학기술인들의 눈은 국무회의로 쏠렸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초과학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연구원을 설립하고 초대형 연구시설을 도입해 과학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하 과학벨트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우리나라에도 일본의 이화학연구소(리켄)나 스위스의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 같은 글로벌 연구거점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2010년 1월 11일. 과기계는 또한번 시선을 모았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이날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은 세종시를 행정도시가 아닌 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그 핵심에는 과학벨트가 있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은 국론분열의 블랙홀이 되면서 결국 5개월여 뒤인 6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폐기됐다. 과학벨트는 또다시 표류하는 신세가 됐고, 과기인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과학벨트법이 국회에 제출된 지 꼭 2년. 과학벨트는 또다른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좌담회에서 과학벨트를 계획을 사실상 원점으로 돌려놓는 ‘백지화’ 언급을 을 한 것이다. 대선 당시 충청권 유치에 대한 공약을 냈던 것 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명에 민심은 들끓었고, 비(非) 충청권 지자체들은 ‘기회다’며 과학벨트 입지 재선정 공세를 펼칠 기세다.
“이게 도대체 뭡니까? 기초과학 연구가 뭔지, 과학벨트가 왜 만들어져야하고 어떻게 조성해야하는 지에 관심이 있기나 한 겁니까?” “그간의 논의나 타당성 조사는 다 어디로 가고 원점인지, 그냥 뒀으면 중이온가속기 설계도 벌써 마쳐서 공사가 시작됐을 겁니다.” “해외 석학은 고사하고라도 국내 연구원들도 끌어들이기 어렵겠습니다.”
이번 논란을 두고 과기계 인사들 사이에서 터져나온 탄식의 목소리다. 3조5000억원이라는 거대 자금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라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지만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과학자들이, 앞으로 노벨상 수상에 매진해야할 젊은 인재들이 등을 돌리기 전에 하루빨리 과학벨트를 제자리에 돌려 놓는 결정을 해야한다.
정책담당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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