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일본 엘피다와 반도체 동맹 적극 지지

대만 정부가 극심한 경영난에 빠진 자국 D램 업체들을 살려내기 위해 일본 엘피다와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엘피다가 대만 파워칩프로모스와 진행 중인 M&A 논의가 한층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엘피다의 대만 증시 상장이 예정된 오는 3월께면 최종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31일 요미우리신문은 대만 정부가 일본-대만 간 반도체 동맹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고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정부 고위 당국자를 독점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또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엘피다가 반도체 업계 6위인 대만 파워칩의 D램 사업부를 오는 3월말까지 인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엘피다는 파워칩·프로모스 등 대만 D램 업체들과 지주회사 설립 및 통합 운영 등 포괄적이고 강도 높은 전략적 제휴 방안을 논의해왔다.

 대만 정부의 한 당국자는 “대만 D램 업계에 도움이 되는 한 일본과의 결합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파워칩 또한 이날 “엘피다와 합병 협상이 순조롭게 진척되고 있으며, 포괄적인 전방위 제휴의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처럼 대만 정부와 D램 업계가 엘피다와 제휴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최근 D램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경우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세계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에 맞설 수 있는 기술력이나 투자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만 업체들은 D램 생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핵심인 미세공정 기술이 취약하다. 업계에 따르면 파워칩의 생산 공정은 삼성전자에 비해 두 세대나 뒤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 정부가 엘피다와 자국 D램 업체들 간 동맹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의 조건으로 엘피다의 첨단 공정 기술을 이전토록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대만 산업개발국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대만 D램 업계는 세계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엘피다와 파워칩·프로모스의 M&A 협상은 엘피다가 대만 증시에 상장하는 오는 3월께면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속한 시일 내 타결을 보려는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이 다급하다는 방증인 것으로 보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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