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기관장에게 듣는다]<16>이준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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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행사가 많지만 가장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기까지 한 행사는 우리가 만든 기술이 제품화·상용화되는 발표회장입니다. 일한 보람과 함께, 원천기술이 산업과 시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는 자리기도 합니다. 지난해에도 여러 건이 있었지만 올해 더 많은 에너지기술이 사업화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이준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원장(55)은 일상에서도 신념처럼 에너지기술 사업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 관련 3대 미자립 원천기술 중 하나였던 ‘원전 계측제어시스템(MMIS)’을 개발 완료한 사례를 들면서 “외국 기술에서 완전히 탈피한 원천기술과 제품을 가지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이자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동안 녹색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이 원천기술 확보와 연구 저변 확대에선 나름대로의 성과를 낸 측면이 있지만, 상용화 측면에선 여전히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앞으로는 지역 테크노파크(TP)나 민간 기술거래기관 등과 광범위한 녹색에너지 기술사업화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R&D 상용화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이 협력 네트워크에는 기술 전문기관들뿐 아니라 코스닥협회·기술보증기금 등 투자 및 파이낸싱 전문 기관들까지 포함시킴으로써, 기술 사업화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라며 “수도권은 태양광·연료전지, 호남권은 LED, 영남권은 풍력 등 지역별 산업화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기술 마케팅 체계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녹색인증, 추적평가 등을 통해 에너지기술 분야별로 상용화 및 제품화가 가능한 유망기술과 기업을 조기 발굴할 계획이다. 또 녹색에너지 기술사업화 설명회를 열어, 유망기술의 도입을 희망하는 기업이나 벤처투자사를 맞춤형으로 연결해주는 사업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 원장은 “기술사업화도 공급자 위주의 자세로는 절대 확대될 수 없으며, 효과도 낼 수 없다”면서 “시장과 기업의 니즈(요구)에 기반을 두고 서비스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녹색에너지 기술의 상용화·제품화를 늘려 가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녹색에너지 기술 개발의 중점 방향은 어떻게 잡고 계십니까.

 △무엇보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배출 전망치(BAU) 대비 30%를 줄이기로 한 국가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혁신기술을 조속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 평가를 통해 중점 기술군을 선정하고 관련 추진 로드맵을 작성해야 합니다. 기존 로드맵을 분석하는 톱다운 방식과 기술수요자의 수요조사인 바텀업 방식을 결합해 현장 적용가능 기술을 도출해낼 계획입니다. 또 그린에너지 전략로드맵 기반의 성장동력화 R&D를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해나가겠습니다. 기술분야별 성장동력화가 가능한 전략 분야를 선정하고, 기업의 투자수요를 고려해 기술개발을 추진하겠습니다. 에너지 R&D의 유기적인 역할 분담을 위해 민간투자와는 차별화된 정부 실행계획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기술과 시장의 성숙도에 따라 R&D 투자 시나리오를 다양화함으로써 R&D 결과의 품질을 높여 나가겠습니다.

 -고효율 태양전지·에너지저장장치·스마트그리드·화석연료 대체화·고효율 해상풍력발전기 개발 등 중요한 기술과제가 많습니다. 이와 관련한 올해 목표는 어떻게 설정했습니까.

 △우선 태양전지는 고효율화와 저가화란 두 방향으로 개발이 집중됩니다. 기존 공정 활용이 가능한 고효율 결정질 태양전지 생산기술 확보와 소재·장비 국산화를 통한 저가화를 동시에 추진할 계획입니다. 향후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박막태양전지 분야는 저가 대량생산 기술 개발 및 장비 국산화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에너지저장장치는 단순 시스템 및 장치 개발을 넘어 실증까지 지원할 방침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차세대 전지 소재와 시스템의 원천기술 개발과 보급 확대를 위한 평가 및 인증표준화, 평가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청정연료기술 분야는 향후 석탄기반 합성천연가스(SNG) 실증과 대규모 GTL(Gas To Liquid) 실증을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스마트그리드 분야는 사업화가 조기 가능한 사업과제를 집중 지원하고, 사업성이 낮은 기술과제는 퇴출시킬 계획입니다.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상호운용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개발을 지원하겠습니다. 해상풍력은 3단계에 걸친 2.5GW 해상풍력단지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1단계 작업인 100㎿ 실증단지 조성을 위한 세부액션플랜은 다음달 말까지 내놓겠습니다. 원자력 분야에선 미자립 핵심기술 2가지를 2013년까지 자립하고, 토종신형원전(APR+)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산업계에 양질의 ‘그린엔지니어’나 ‘녹색프런티어’ 인재를 많이 공급하기 위한 전략이나 계획이 있으시다면.

 △원전 등 신규 에너지·녹색분야 인력 수요에 대응하고 수요-공급자간 눈높이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작년 7월 에너지 인력양성 체계를 혁신한 바 있습니다. 혁신 이후 신규 추진된 과제의 경우 원자력·스마트그리드·태양광·2차전지 등 수요 급증 분야에 대한 지원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에너지산업의 특성에 부합하는 학과 간 융합, 글로벌 연계 과정을 도입해 융·복합형 R&D 전문인력 양성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기업의 수요를 적극 발굴하기 위해 인력 수요조사를 상시적으로 실시하고, 인력양성 사업 협의체나 정책자문위원회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인력수요에 적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나가겠습니다. 올해부터는 기업의 수요 발굴에서부터 기업 필요형 맞춤 인력 양성, 고용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에 걸쳐 기업 참여형 인력양성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해 신규 사업으로 128억원 규모를 에너지 전 분야 학·석·박사 및 산업체 인력양성에 지원할 계획입니다.

 -석유를 포함한 해외자원개발 분야 국책 과제도 수행 중이신데, 이들 과제의 현황과 전망은 어떠신지.

 △생산 유·가스전 평가 및 생산시스템 최적 설계·운영 기술 개발에 87억원 등 석유·가스 탐사 및 개발·생산에 총 305억원을 지원 중입니다. 석유·가스 탐사, 개발, 생산기술의 자립화 기술개발 사업에도 2013년 9월까지 77억원이 투입됩니다. 또 우라늄광 융합탐사 기술과 물리화학적 선광·제련 기술 개발에 2013년 5월까지 62억원을 출연합니다. 날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광종인 리튬 확보를 늘리기 위해 탄산리튬 제조를 위한 선별·제련 기술 개발에 14억원, 무증발 리튬추출기술 활용 고순도 탄산리튬 상용화 제조기술 개발에 27억원 등 총 41억원이 2013년까지 투자됩니다.

 2019년까지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목표 30%, 6대 전략광물 자주개발률 42%, 희토류와 리튬 자주개발률 26% 등 제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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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에너지기술평가원 2011년 역점 사업

 5년마다 수립하기로 돼 있는 에너지기술개발기본계획(2011~2020년)을 만드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일로 꼽힌다. 이 계획에는 기후변화 대응 전략, 녹색·에너지 산업의 성장 동력화, 에너지 안보 등에 대한 전략적 비전과 관련 기술개발 방향 등이 담기게 된다. 기본계획은 오는 8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차 그린에너지 전략로드맵’을 오는 3월까지 수립한다. 중점 성장동력화 대상에는 태양광·풍력·연료전지·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고효율 신광원·청정연료·에너지저장·청정화력발전·스마트그리드 등이 들어가며, 시장창출 성장동력화 분야엔 원자력·그린카·에너지절약형건물·히트펌프·IGCC 등이 포함된다.

 중견기업의 녹색·에너지 기술 개발 특화 프로그램인 ‘SMEs Top Winner 2015’를 신설해 운영한다. 중견기업의 핵심 분야에 대해 기획에서부터 R&D, 사업화까지 전 주기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2015년까지 기술 집약형 중견 선도 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해외 기술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우리 그린·에너지 기술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 이산화탄소 회수저장 리더십포럼(CSLF), 아·태기후변화파트너십(APP),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이 추진하는 다자 간 협력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한미, 한일, 한-EU, 한-캐나다 등 양자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으로 기술 교류 및 공동연구를 적극 추진한다.

 이준현 원장은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미래에너지정상회의(WFES)’에 참석하고는 세계 각국이 미래에너지 기술 프로모션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공을 들이고 있는지 절감했다”며 “이 회의가 세계 최고의 에너지기술 발표장인 만큼 우리 기업들과 R&D 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현 원장은

 이준현 원장은 ‘숯검댕이’ 눈썹과 부산 사투리가 트레이드 마크다. 늘 웃음짓는 얼굴에는 온화함과 자신감이 가득하다.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 원장은 부산사대부고를 졸업하고, 부산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일본 도호쿠대 박사과정까지 줄곧 기계공학 한 우물만 팠다. 2009년 5월 지금의 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 통합 출범할 때 초대 원장으로 선임되기 직전까지도 모교인 부산대에서 기계공학을 가르쳤다.

 공학도로서의 전문성에다 에너지 분야에 해박한 지식과 감각으로 지금까지 공학한림원 에너지포럼 운영위원, 저탄소녹색성장 국민포럼 운영위원,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고문,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이사 등 에너지 관련 대외 직함만도 여러 개다. 가히 우리나라 에너지기술을 움직이는 핵심 실력자라 할 수 있다.

 학생 때부터 만능 스포츠맨으로 운동을 즐겨왔으며 그중에서도 테니스와 수영은 선수급 실력을 자랑한다. 업무와 관련된 책을 주로 읽으며, 요즘은 노바사이언스가 출간한 ‘에너지 폴리시(Energy Policy)’를 열독하고 있다. 많은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트위터 따라하기’ 책도 읽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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