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①]일본은 지금 클라우드 춘추전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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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지금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 솔루션업체에 이르기까지 클라우드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시장 선점의 새로운 기회’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미 대표적인 인터넷 네트워크 기업인 인터넷이니셔티브재팬테크놀로지(IIJ-테크), 덴Tm그룹의 IT 자회사인 ISID, 히타치, 후지쯔 등 대형 IT업체뿐만 아니라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통신회사까지 50여 대기업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또 최근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최고경영자(CEO)가 일본 도쿄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으며 아마존은 일본 내 IT서비스 파트너사를 4곳으로 확대하는 등 글로벌 업체도 일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중소 애플리케이션 전문 업체까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적극 가세해 ‘클라우드 열풍’이 일본 IT업계 전방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본 클라우드 시장에 이처럼 많은 업체가 뛰어드는 것은 우선 뚜렷한 선점 업체가 없는 가운데 시장 분위기는 이미 가열됐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장기 불황이 기업의 IT 투자비용을 줄이게 했고, 기업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IT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이 시의적절하게 대안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 일본의 모바일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된 것도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가 일본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확신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

 장동인 미래읽기컨설팅 대표는 “일본은 최근 1~2년 새 클라우드 컴퓨팅 열풍이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라며 “세일즈포스닷컴의 글로벌 성공 사례도 일본에서 많이 등장함에 따라 사용자층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의 장점의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왜 클라우드 열풍에 휩싸였나=일본에서 IT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 김영훈 BA-S코리아 대표는 “일본 기업은 클라우드 시장을 ‘뛰어들면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모델로 확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그 정도로 일본 내 수요가 많고 서비스 제공 업체는 최근 1년여 사이에 많이 생겨나고 있어 시장 선점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본격적인 게임은 올해부터”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클라우드 대열에 이렇게 빨리 합류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일본 기업들이 장기 경기불황으로 그동안 대규모 IT투자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들은 같은 기간 동안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차세대시스템 구축 등 대규모 혁신 프로젝트를 많이 추진했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일본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저렴한 비용으로 새로운 IT 트렌드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일본 우정성 같은 초대형 성공사례가 초기에 등장하면서 클라우드의 인기가 빠르게 상승한 것을 들 수 있다. 우정성은 처음에 5000여명을 대상으로 세일즈포스닷컴의 고객관계관리(CRM) 서비스를 시범 적용했는데 이후 무려 15만명으로 사용자를 확대했다. 일본 우정성은 이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1년 만에 100억원의 IT 비용을 절감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우정성의 성공적인 클라우드 도입 사례는 이후 일본 정부 차원에서 클라우드 산업 육성 정책이 본격화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우정성에서 성공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자마자 일본의 유명 편의점인 로손 등 민간 업체도 빠르게 클라우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면서 “주로 대기업은 안정성이 검증된 범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일본은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클라우드 워커’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보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영향력이 개인 사용자 시장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한 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최근 일본 IT서비스 업체를 방문해 최근에 개발한 솔루션에 대해 소개하자 곧바로 클라우드 플랫폼에 올려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바꿔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면서 “사용한 만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할 정도로 일본에서는 더 이상 기존 솔루션 비즈니스 모델이 적용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NTT·후지쯔·히타치 3사가 시장 주도=일본의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NTT·후지쯔·히타치 등 대기업 3사가 눈에 띈다.

 NTT그룹은 지난 2009년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으며 매년 150억엔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NTT그룹은 주로 클라우드 서비스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안정성과 보안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 플랫폼의 신뢰성을 개선하고 운영 노하우를 쌓는 데 매진하고 있다.

 NTT그룹이 클라우드 서비스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바로 CBoC(Common IT Base over Cloud Computing)다. 이 프로젝트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관리 및 제어 기술 등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NTT그룹에서도 특히 NTT커뮤니케이션tm와 NTT데이터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SaaS·Paas·IaaS 등 모든 영역의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NTT커뮤니케이션tm가 출시한 ‘비즈데스크(BizDesk)’는 가상 데스크톱 환경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한글과컴퓨터의 웹 오피스 솔루션인 ‘씽크프리 서버’를 적용해 국내에서도 관심을 모은 바 있다.

 IaaS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업체는 후지쯔다. 기존에 제공해 왔던 서비스와 제품을 기반으로 신뢰성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목표다. 지난 2009년에는 클라우드 보안센터도 직접 구축해 고객에게 높은 수준의 보안 기술을 적용해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 미국, 영국 등 5개국에 총 500억엔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으며, 클라우드데이터센터도 더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기존의 IaaS에서 SaaS와 PaaS 영역으로도 빠르게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히타치는 서버 및 스토리지 가상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에 이르는 전 분야의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이들 제품의 조합으로 클라우드 솔루션을 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히타치 블레이드 서버에 가상화 솔루션인 ‘히타치 가상 매니저(HVM)’를 올려 프라이빗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식이다. 히타치는 IaaS, SaaS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의 IT서비스업체인 CTC는 최근 요코하마 데이터센터에 1000랙 이상 규모의 클라우드데이터센터 건립에 들어갔다. 2012년 4월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NEC, ISID 등도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와 협력해 일본 내 클라우드 시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업체 외에도 일본의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는 50여개에 이를 정도로 많다. 이들 업체는 향후 1∼2년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5∼10개의 업체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클라우드 매력에 빠져=일본 정부도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 주도로 대규모 클라우드컴퓨팅센터를 구축하는가 하면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IT산업의 맹주 자리를 놓쳤던 일본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는 다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일본 경제무역산업성(METI)은 지난해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을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METI는 미국의 아마존과 구글 등에 버금가는 규모로 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에 걸쳐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투자에 30% 늘어난 무려 1조7000억엔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활한 전력 공급을 위해 이 프로젝트에 핵발전소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METI는 지난해를 클라우드 서비스의 원년으로 지정하고 클라우드형 글로벌 전자결제 시스템과 생산관리유통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향후 이들 서비스를 해외로 확산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10년 로드맵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일본 총무성(MIC)은 ‘디지털 재팬 크리에이션 프로젝트’를 수립해 2015년까지 전자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가스미가세키(Kasumigasek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축과 국가 전자기록을 위한 클라우드 구축을 기획해 추진하고 있다. 또 추가적인 예산 확보로 지난 2009년부터 3년간에 걸쳐 △손상된 시스템을 다이내믹하게 재구축하는 기술 △클라우드 자원을 최적화하는 네트워크 관리 기술 △클라우드 시스템의 제어 및 모니터링 기술 △클라우드 시스템의 프로비저닝 기술 네 가지 개발에 주력해왔다. 정부차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핵심 기술의 개발이 이뤄진 셈이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새로운 국가 전략 중 하나에 포함될 정도로 중요한 이슈”라며 “국내에서도 범국가적인 노력과 투자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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