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를 활용해 기업 혁신에 이바지한다.’ 최고정보책임자(CIO)의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역할이다. CIO들은 어떠한 정보기술을 도입해야 생산성이 향상되고 서비스 품질이 좋아지는지를 고민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경영층이 IT에 관심이 많고 협조적인 조직이라면 CIO의 혁신활동은 더 수월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글로벌 기업의 한국법인 CIO들은 이런 CIO발(發) 혁신활동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글로벌 기업의 CIO는 본사에 1명만이 존재한다. 즉 한국법인의 CIO는 단순한 지역 매니저일 뿐 국내 기업의 CIO처럼 혁신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기에는 여러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의 한국법인 CIO들은 신규 프로젝트나 예산 등 대부분의 의사결정 영역에서 본사의 통제를 받는다. 또 글로벌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역할을 할 뿐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기능은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몇 회사의 CIO가 아태지역 등 보다 폭넓은 지역의 IT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전략 수립을 하지 못하는 CIO라면 과거 전산실장에 비해 나은 점이 있을까. 이런 이유 때문에 한 글로벌 기업의 한국법인 CIO는 “국내 회사 CIO라면 추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정말 많고 잘 해낼 자신도 있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물론 모든 CIO의 생각이 다 이와 같은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글로벌 회사의 한 CIO는 “글로벌 회사의 CIO는 한 명뿐이지만 이 사람이 모든 국가의 정보화 이슈를 살펴볼 수는 없기 때문에 각 법인들의 정보화 수준은 현지 CIO들의 역량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지역별 이슈가 모두 다른데 글로벌 차원에서 일관된 전략만을 고수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 CIO는 “신규 프로젝트는 지역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에 현지 CIO가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며 “결국 비즈니스 가치 창출에 대한 방안을 고민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본사를 설득해 나가는 역량이 글로벌 기업 CIO들이 갖춰야 할 최우선 덕목”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글로벌 기업의 현지 법인 CIO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통찰력과 유연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아닐까. 한국에 있는 모든 글로벌 기업 CIO들이 올해는 더욱 힘을 냈으면 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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