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기술혁신에 ‘제3의 물결’이 있다면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에는 ‘제4의 물결’이 있다.”
지난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2010’. 세미나 연사로 나선 톰 모로 세계반도체·재료학회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조명시장에 의해 LED 업계에 제4의 물결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0년 전후 자동차·일반산업계에서 지시용 점멸등으로 사용하게 된 시기를 LED 업계 제1의 물결로 가정했다. 2004년께 휴대폰·내비게이션 등 중소형 전자제품용 LCD 광원으로 사용되면서 제2의 물결을 맞이했고, 지난 2009년 LED TV와 함께 제3의 물결이 용솟음한 셈이다. 모로 CMO는 “조명 시장은 LED 시장을 획기적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오는 2015년에는 2009년 대비 LED 조명 원가가 50% 이하로 내려가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츠의 법칙’, 제4의 물결 선결 조건=LED 조명이 LED 업계 시장 성장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소비자들과 가장 밀접한 대형 할인마트에서 이미 LED 램프를 만나볼 수 있고, 수백개의 LED 조명업체들이 공공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류는 에디슨이 백열등을 발명한 지 130여년 만에 이를 박물관 유물로 만들어버릴 기세다.
그러나 LED 조명이 폭넓게 보급되기 위해서는 1달러당 밝기가 20루멘(㏐) 수준에 불과한 LED 광효율을 크게 높이는 한편, 생산원가는 더욱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LED 광효율이 매 10년마다 20배 향상되고, 가격은 10분의 1로 하락한다는 이른바 ‘하이츠의 법칙’을 향후 몇 년간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기업은 TV 등 디스플레이용 LED 부문에서 선진 기업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앞선 기술을 가진 반면에 조명에 다량 사용되는 고휘도 LED 시장에서는 여전히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다. 향후 LED 조명시장 공략을 위해 고휘도 LED 생산기술 연구가 급선무다.
◇고휘도 LED, 일본·미국을 넘어라=조명 제품에 많이 사용되는 고휘도 LED 시장은 선발 국가인 일본·미국 업체들의 독무대라는 점에서 반드시 공략해야 할 산이다. 스트래티지언리미티드에 따르면 TV용 LED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 점유율이 높다고 하지만 지난 2009년 고휘도 LED 시장점유율 순위에서 국내업체는 10위권에 서울반도체 한 곳밖에 없다. 지난 2009년 일본의 고휘도 LED 시장점유율은 45.2%로 전 세계 공급량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그 뒤로 미국이 14.3%, 유럽이 9.2% 수준이다. 특히 휘도가 낮은 제품군 시장에 중국·대만 등 후발 업체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휘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철수 삼성LED 상무는 “휘도가 높은 LED를 만들기 위해서는 칩 크기가 커져야 하고 자연히 칩 결함률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낮추기 위해 에피 웨이퍼 공정부터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대구경 경쟁의 원년=LED 업체들은 LED칩 원가를 낮추기 위한 대구경 웨이퍼 공정 경쟁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쟁의 불씨는 삼성LED가 지폈다. 2인치 웨이퍼가 주류였던 지난 2009년 업계서 처음 4인치 공정으로 전면 전환했다. LG이노텍과 필립스 루미레즈는 지난 연말 각각 6인치 사파이어 웨이퍼를 이용한 LED 생산을 시작하면서 맞불을 놨다. 새해부터 6인치 웨이퍼 시대가 본격 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호탄이었다. 6인치 웨이퍼를 이용하면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한 번 가동으로 이론상 2인치 대비 40% 정도 더 많은 LED칩을 생산할 수 있다.
대구경 공정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웨이퍼 ‘휨(보잉)’ 현상을 해결하는 방법도 차별화가 시도되고 있다. LED 업체들은 사파이어 웨이퍼가 MOCVD 내 고열 탓에 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보다 두꺼운 웨이퍼를 사용해왔다. 2인치 웨이퍼 대비 4인치 웨이퍼가 50% 정도 두꺼워 덜 휘지만 그만큼 비싸다. 최근 일부 업체들은 사파이어 웨이퍼와 증착 화합물 사이에 빈 층을 만들어 기판이 휘더라도 LED 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하이츠의 법칙=미국 과학자이자 애질런트 연구원인 롤랜드 하이츠 박사가 주창한 이론이다. LED 광효율이 매 10년마다 20배 향상되고, 가격은 10분의 1로 하락한다는 게 골자다. 연간으로 따지면 광효율은 매년 35% 높아지고, 가격은 21% 내려가는 셈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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