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가상화의 진화④]은행권 앞다퉈 제로클라이언트 도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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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에서 지난해부터 데스크톱가상화(VDI)를 구축할 때 제로클라이언트를 도입하거나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다. 모든 은행이 예외 없이 관심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이들은 왜 제로클라이언트를 눈여겨보고 있을까.

 CPU 등 기본 부품이 탑재되는 신클라이언트와 달리 제로클라이언트는 CPU와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의 부품 없이 순수하게 서버 자원만을 활용한다. 당연히 단말기의 가격이 저렴하고 전력 사용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부품 노후화에 따른 교체 필요성도 거의 없기 때문에 전기료 외에 운영비용, 유지보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단말기용 OS나 가상화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지보수 비용 절감과 장애 감소의 혜택은 또 한번 빛을 발한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의 경우 OS만 줄어든다.

 개인 단말기에는 전혀 정보가 저장되지 않고 중앙 서버에 대한 보안 패치 일괄 적용으로 보안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제로클라이언트의 장점 중 하나다. 결과적으로 제로클라이언트 가진 총소유비용(TCO) 절감과 운영 안정성, 보안이라는 강점에 은행권이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고객센터 중심 제로클라이언트 확산=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제로클라이언트를 도입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2008년에 기흥연수원에 150대의 제로클라이언트를 적용해 전력 절감과 발열량 감소 등 여러 가지 효과를 경험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본사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신한은행 IT총괄부 이원종 부부장은 “지난해 상반기 검토를 시작해 9월부터 본점 IT총괄부에 VDI 환경을 구축했다”며 “우선 70여대를 제로클라이언트로 교체해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4개월이 지난 현재 업무에 특별한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제로클라이언트를 기반으로 VDI를 구축하게 되면 사용자가 입장에선 기존 PC 환경과 크게 달라진 점을 발견할 수 없다. 개인사용 공간(HDD 용량)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중앙 서버의 가상머신(VM)에 개인의 PC환경이 그대로 구축되기 때문이다. 업무 외적인, 즉 개인적 용도에 의한 사용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하느냐만 각 기업의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신한은행 IT총괄부 직원들 역시 개별 PC에 있던 물리적 공간은 사라졌지만 서버에 설치된 VM을 통해 기존과 마찬가지로 C나 D드라이브 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좀 더 테스트를 진행한 후 IT그룹과 본부 전체로 제로클라이언트 기반 VDI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용인 수지에 위치한 고객센터에 VDI를 구축하면서 제로 클라이언트를 도입했다. 전체 단말기 298대를 삼성전자의 NC 178대와 TC 65대로 교체했다. 교체 대수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순수 상담업무와 뱅킹 등 웹 업무를 위해 한 사람이 2대의 PC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2대를 1대의 TC로 통합하고 나머지는 NC를 사용하도록 했다.

 기업은행이 제로클라이언트 기반 VDI 구축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부터다. 고객센터의 사무공간 확보와 보안 강화에 대한 요구가 계속해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사업자를 선정해 지난 9월부터 약 세 달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업은행은 개개인마다 20GB의 용량을 제공했다. 이 용량은 VM의 OS와 아래아한글, MS오피스 같은 기본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며 나머지 공간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황의강 기업은행 IT총괄부 차장은 “제로클라이언트 기반 VDI 구축을 통해 운영비 절감과 보안 강화, 그린IT 구현이라는 여러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도입 2년차부터 비용이 절감되기 시작해 10년 후에는 연간 5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6월 오픈하는 충주 연수원에 교육용 단말기 300대도 제로클라이언트로 고려하고 있다.

 ◇초기 도입비용은 확산 걸림돌=농협은 신촌과 용산, 광주에 있는 고객센터 PC를 순차적으로 제로클라이언트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해 신촌 고객센터의 보험상담업무 PC 240대 중 150대를 제로클라이언트로 교체했으며 나머지 90대와 용산 중앙센터의 PC 50대도 최근 교체작업을 마무리했다. 광주 고객센터 PC 240대에 대해서는 설 연휴가 지난 2월 중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농협 역시 삼성전자의 NC를 사용했으며 20GB의 개인 공간을 제공했다.

 농협이 제로클라이언트 기반 VDI를 검토하게 된 배경은 1400명이나 되는 상담원들이 사용하는 PC에 대한 관리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고객센터 업무의 특성 상 잠시만 장애가 생겨도 유휴 인력이 생기고 업무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리 인력이 많이 필요했으며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 또한 고객 정보가 상담원의 PC에 남지 않도록 해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것도 주요 목적 중 하나였다.

 농협본부 박승훈 차장은 “자원의 중앙집중화를 통해서 보안을 강화하고 PC에 소요되던 구매와 운용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자원 활용률을 높여 전력 소모를 줄이고 친환경 운동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라고 말했다.

 농협은 광주센터 적용 이후 부산 등 다른 고객센터에도 제로클라이언트 기반 VDI 환경을 확대 적용해나갈 방침이다.

 여러 장점 때문에 우선 은행권에서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지만 제로클라이언트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는 초기 하드웨어 도입 비용이다. 기존 PC에 VDI를 구현하면 PC를 교체할 필요 없이 구축할 수 있지만 제로클라이언트는 새로운 장비를 도입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사용연수를 고려해서 진행되지만 가상화가 구현되면 이런 경우에도 일반 PC로 교체하는 경우보다 초기 도입비용이 더 들게 된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효과보다 당장의 비용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네트워크의 부하로 인한 접속 장애다. 제로클라이언트에서는 모든 업무를 중앙 서버에 접속해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문서작업이 많은 업무는 네트워크 트래픽이 증가해 속도가 느려지거나 끊김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금융권이 고객센터 위주로 도입을 진행하는 이유도 고객센터에서는 화면을 띄워놓을 뿐 문서 작업을 많이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즉 고객센터나 연수원 등 특수 업무환경 외에서는 제로클라이언트의 활용에 네트워크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 공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근 프로젝트를 진행한 은행들은 VM에 개인을 위한 공간을 어느 정도 제공하고 있지만 이전처럼 전용 PC를 사용할 때보다는 사용이 미미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렇듯 몇 가지 걸림돌이 있긴 하지만 앞서 설명했던 여러 장점들과 가상화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제로클라이언트의 도입 기업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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