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핫이슈]D램 승자독식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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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D램 가격 급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삼성전자·하이닉스 등은 후발기업과의 격차를 더욱 확대하면서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벌어진 치킨게임 여파로 경쟁사들의 입지가 크게 약화된 반면에 국내 기업들은 앞선 기술력과 자금력 그리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매출과 수익 측면에서 차별화를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28조3890억원의 매출과 8조311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하이닉스 역시 지난 3분기 누적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조3500억원, 2조8550억원을 기록,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아이서플라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40.7%를 기록, 사상 처음 40%대 점유율에 진입했다. 하이닉스가 20.9%로 2위를 차지했다. 두 업체를 합친 점유율도 사상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

 반면에 경쟁사인 엘피다나 마이크론은 그다지 재미를 못 봤다. 1분기에서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23.9%→32.1%로, 하이닉스는 28.3%→31.1%로 늘어난 반면에 같은 기간 세계 3위 업체인 마이크미국론은 21.2%→17.4%로, 4위 업체인 엘피다는 25.6%→15.5%로 각각 하락했다.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거의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벌린 셈이다. 시장 점유율도 엘피다는 2분기보다 1.6%포인트 내려간 16.1%를, 마이크론은 2.8%포인트 낮아진 10.5%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엘피다·마이크론과의 기술 및 자본 제휴를 바탕으로 메모리사업을 하고 있는 대만 기업들은 파워칩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내내 적자를 기록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바클레이캐피털의 CJ뮤즈는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하이닉스가 1군이라면 마이크론·난야·이노테라는 2군, 엘피다·파워칩·렉스칩은 3군”이라며 “2, 3군 기업들이 1군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나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4분기 시작된 가격 급락은 메모리 업계 재편 움직임까지 촉발시킬 조짐이다. 엘피다가 지난 2009년에 이어 다시 파워칩·프로모스에 대한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파워칩은 대만 최대의 D램 제조기업이지만 모회사가 없어 자본력이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난해 대만에서 GDR(해외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하려 했지만 금융계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무산됐고 채권은행에 차입금 만기연장을 신청한 상태다. 최근에는 자회사인 렉스칩에 D램 위탁생산 비용을 지불 못해 D램 공급도 못 받는 처지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워칩은 이미 일부 생산라인을 디스플레이드라이브IC 생산라인으로 전환 중”이라며 “프로모스처럼 D램 사업에서 점차 사업을 다른 쪽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엘피다의 대만 반도체 기업 인수가 성사될지도 미지수인데다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대만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없이는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미 엘피다와 파워칩은 기술 및 자본 제휴가 돼 있어 큰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많은 반도체 사이클을 겪으면서 40여개에 달했던 D램 기업이 이제 사실상 삼성전자·하이닉스·마이크론·엘피다 등 4개 진영으로 개편됐다“며 ”1, 2년 동안 업체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경우 4개 진영체제도 붕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