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후방산업의 극일(克日)

제조업 경쟁력은 부품·소재와 같은 후방산업 체질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세계 시장에서 승부할 완성품의 경쟁력에 직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전후방 연관 산업군이 고르게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제조업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로 발전할 있는 가치사슬 핵심이 바로 후방산업이다.

 얼마전 아사히신문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새해 한국산 자동차 부품 구매량을 늘리려 한다고 보도했다. 혹독한 엔고 현상 속에 완성차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아직은 보급형 자동차에 국한된 얘기지만 과거와 달리 최근 한국 부품 업체들의 기술력이 일본에 견줄만한 수준에 올라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미쓰비시자동차는 2010 회계연도 한국을 비롯한 해외 부품 조달 규모를 작년보다 무려 45% 이상 늘어난 1600억엔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KOTRA가 개최한 역견본시 행사에 참가, 한국에서 구매할 제품을 포함한 70여종의 부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닛산자동차도 한국산 부품 조달 비중을 높이기로 하고, 한반도에 근접한 큐슈 지역 공장의 자동차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가뜩이나 엔고에 시달리는 일본 부품 업체들로선 완성차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 자동차 부품 업계에는 절호의 기회다. 완성차 생산량이 세계 5위권으로 뛰어오른지 5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부품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 부품 수출액 가운데 세계 최고 품질의 일본 자동차 업계로 팔리는 비중이 전체의 3%에 머물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이후 한국은 전례 없는 경험을 했다. 전자산업이 전면에서 경제 회복을 주도하면서 주요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로 위기에서 탈출한 것은 다 아는 사실. 그 와중에 한국 부품·소재 산업이 상당부분 극일을 이뤄낸 일은 더 주목해야 할 성과다. 물론 여전히 부품·소재 분야의 대일 무역 적자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발전이다. 전자 업종에서 시작된 후방산업의 극일이 새해에는 자동차로, 그리고 다른 주력 산업군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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