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FTA 비준 발효…제조업 구매 · 생산 전략 키워드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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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한미, 한EU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발효가 예상되면서 자동차와 가전, 스마트기기 제조업체들을 필두로 FTA대응시스템, 즉 원산지증명·추적관리시스템 구축이 분주하다. 제조업계와 컨설팅 업계는 미국, 유럽과 FTA 비준이 발효되면 한국 자동차 및 전자업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럽, 미국의 해당 업체에서 원산지 증명 심사를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까운 중국산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들어올 확률이 높아 지켜보는 시선에 날을 세울 것이라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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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FTA 체결은 원산지 검증에 민감하지 않은 국가나 산업에 대해 체결되어 이런 우려가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새해부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유기석 삼정KPMG컨설팅 전무는 “EU 입장에선 타 FTA체결국 모두를 합친 것보다 한국과의 FTA 체결에 따른 물동량이 더 많다”며 “중국 옆에 위치해 있어 감시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이중으로 차익을 노린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회계·구매·공급 전반에 걸쳐 변화=현재 LG디스플레이, LG전자,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한라공조, 코리아오토글라스, GM대우, 현대차, 대구텍 등이 원산지증명·추적관리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텍, LG이노텍, LG화학 등이 관련 컨설팅을 받고 있다.

 주 수출국과의 FTA 체결로 제조기업들은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사관계관리(SRM) 등 정보시스템은 물론 핵심 업무 전략에도 새로운 변수를 포함해야 한다. 바로 관세다.

 FTA 체결에 따른 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수입 통관시 원산지 증명서가 필수다. 원청업체는 1차 협력사에게,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에게 부품/원재료와 함께 원산지 증명서를 필수로 제공받아야 한다. 이 수출업체(원청업체)가 FTA 체결국에 대해 부품의 원산지 증명을 최종 책임지기 때문이다. 즉 공급망 처음부터 끝까지 원산지 증명이 따라다니는 것이다.

 원산지 증명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수출업체(원청업체)는 그동안 받은 관세 혜택 금액은 물론 과징금(패널티)까지 물어야 한다. 만일 1, 2차 협력사의 허위 증명서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피해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항목은 이제 구매조달 계약서의 필수 항목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청기업의 대외 신인도 하락, 주가 하락 등 후속 피해는 산정하기도, 보상받기도 어렵다.

 물론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 즉 부가가치 혹은 원가 기준 40%에 해당하는 주요 부품을 대상으로 하지만 원청업체, 즉 수출업체 한 곳만이 원산지 증명을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이희림 세포아소프트 대표는 “단계별 확산이 아니라 한꺼번에 빅뱅 형태로 FTA대응시스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컨설팅 업체들은 일련의 핵심 비즈니스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 공급망과 구매조달, 공급사관계관리(SRM)에 이르는 전 프로세스에서 관세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는 비용이 저렴한 해외 생산 현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거나 해외 업체로부터 부품을 수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매 전략에서도 현지에서 생산하는 제조원가와 물류비를 관세 혜택으로 절감할 수 있는 비용과 비교해 수립해야 한다.

 또 체결국 현지의 생산 공장이 아니라면 중국 등 생산 현장에서 생산하는 총 제조비용과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를 감내하면서 한국에서 생산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관세 혜택을 비교해 생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에 위치한 100% 자회사가 생산했다고 해서 한국산으로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컨설팅 업체들은 기업 조직 내에 관세 전담팀 신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FTA대응시스템 구축을 전담하는 부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구매팀 혹은 경영지원팀 등이 담당한다.

 굳이 꼽자면 구매와 가장 관련이 있지만 LG전자의 경우 구매팀이 아닌 경영지원팀에서 구축을 담당했다. 또한 딱히 구매부서의 업무이라고 할 수도 없다. 생산, 물류, 구매, 영업, 관세 및 법무까지 총괄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부서 산하에 두기 어렵다는 것이 컨설턴트들의 지적이다.

 이종찬 코오롱베니트 ERP본부 ES팀장은 “FTA대응시스템만 구축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구매, 생산(공정관리 등) 업무 프로세스에서 관세 컴플라이언스에 대응하는 표준화가 필요해진다”고 지적했다.

 ◇기업 정보시스템,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우선 원산지증명추적관리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내수 고객밖에 없는 제조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공급망 최종단의 고객사가 수출업체라면 원산지증명서 발급의 책임이 있다. 물론 고객 수, 공급 부품 수가 소규모일 경우에는 관세청 등이 제공하는 원산지증명서발급 서비스(ASP)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는 대형 제조기업들은 ASP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공급사, 제조부품이 방대해질수록 자체 시스템 구축을 하게 된다.

 유기석 삼정KPMG컨설팅 전무는 “원산지 파악을 위해 자재명세서(BOM)정보, 구매정보, 원가정보, 판매정보 등 ERP 데이터에 세번(HS코드) 등 관세 데이터를 추가해 파생 항목을 만들게 된다”며 “ERP에 직접 원산지 관리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 데이터가 방대해져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별도 시스템 구축을 권고했다.

 또 ERP 시스템에서도 원산지 관련 정보를 추출해 원산지증명·추적관리시스템에 제공하는 기능을 반영해야 한다. 이 ERP에서 HS코드와 원가 데이터를 매핑해 FTA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충족시키는지 확인 및 증명하는 작업을 자동화하게 된다. 이 때문에 ERP 연계 IFRS 비즈니스에 주력했던 삼정KPMG컨설팅, 코오롱베니트, SAP코리아 등은 FTA대응시스템을 포스트-IFRS 시장으로 여기며 눈독을 들이고 있다.

 관세 혜택 기준이 원가가 아닌 부가가치일 때는 시스템 연동이 더 복잡해진다. ‘매출-비용=부가가치’이기 때문에 영업판매 시스템의 데이터까지 반영해야 한다. 구매, 생산, 회계, 영업판매, 나아가 물류까지 궁극적으로 제조기업에서 핵심적으로 운영되는 5가지 경영지원 시스템이 모두 FTA대응시스템에 연동되고 전략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별도 아카이빙도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증명과 관련된 데이터는 5년을 보관해야 한다. 원산지 증명서뿐만 아니라 이 원산지 증명서가 발급되기까지 앞서 언급한 회계/생산/구매 등의 근거 데이터까지 모두 함께 5년을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 컴플라이언스 대책 시급=컨설팅 업체들은 통합 컴플라이언스 관리팀과 시스템 구축을 조언한다. FTA뿐 아니라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나 유해물질제한지침(RoHS) 등 제조기업들이 사수해야 하는 일련의 법규제를 모두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신상희 삼일PwC 상무는 “특히 유럽 수출시 많은 제제가 따르는 REACH, RoHS, FTA는 단일 사안이 아니라 제조업체의 통합 컴플라이언스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위반 시 피해는 공급망 전체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 예로, 유럽에 수출된 LG전자 제품의 플라스틱 케이스에 유해물질이 있다고 판정되면 그 책임은 1차로 LG전자에서 지지만 플라스틱 케이스를 공급한 LG화학이 최종 책임을 지게 된다. 멀티소싱, 멀티클라이언트 시대에 공급망 내 모든 기업이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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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에 게재된 기사 외에 CIO BIZ+ 온라인(www.ciobiz.co.kr)에서 연관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①FTA대응시스템, 왜 중요한가

 ②전문가 조언 : 유기석 삼정KGMG컨설팅 전무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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