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석발언권에 장기 공석까지…체면구긴 금통위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정례회의를 끝으로 올해 일정을 사실상 마감한다.

내년도 한은 예산을 심의하는 임시 회의가 다음 주 열릴 예정이지만 통화정책과 관련한 회의는 이날이 마지막이다.

올해 금통위 운영에 대한 안팎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정부가 통화정책에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는 1년을 채웠다. 열석발언권은 정부 관계자가 금통위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권리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까지 포함하면 매월 2차례씩 총 24차례 열린 올해 금통위 정례회의에 참석했다.특히 매달 한 차례 기준금리를 정하는 회의에는 빠지지 않았다.

정부는 앞으로도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부로부터 이와 관련한 아무런 입장 통보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24일 임기를 마친 박봉흠 전 금통위원의 후임은 이날로써 꼭 8개월째 공석이다. 역대 최장 공석이다. 박 전 위원의 후임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금통위에 공석이 생긴 것은 이번이 13번째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길어야 두 달, 대부분 한 달 안에 후임이 채워졌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개각과 더불어 후임이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만 나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금융권 인사들은 물론 금통위 내부에서조차 불만이 나온다. 한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중립성이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부로부터 무시당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있다.

금통위원 출신의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정부가 마음대로 통화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한 금통위원은 "열석발언권 행사나 금통위원 자리의 장기간 공백 상태를 반기는 금통위원은 없을 것"이라며 "금통위에 올해는 다사다난한 해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통위 의장인 김중수 한은 총재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면서 상황을 악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김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일관성 없는 발언으로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은 고위 관계자는 "어찌 됐든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취임 때 `한은의 권위를 세우겠다`던 김 총재의 다짐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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