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삼성의 `인재 탐내기`

산업계에 삼성발(發) 인재 스카웃 바람이 가속되고 있다.

삼성은 기존 사업에서 공격경영을 강화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우수 인재를 대거 영입하고 있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지난 5월 바이오, LED(발광다이오드), 태양전지, 헬스케어 등 신수종사업을 내걸면서 이들 분야 연구개발 인력의 삼성행(行)이 급속히 늘고 있다.

22일 삼성 공식 채용사이트에 접속해보면 일정 규모 이상 경력직을 뽑는 각 계열사 채용공고가 즐비하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는 스마트폰과 3D TV, 비메모리반도체 분야 관련 기술인력을 대거 뽑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모바일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모바일 디스플레이 연구개발 인력을 주로 모집하고 있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는 디지털TV 화질 개선이나 3D TV 알고리즘 개발과 관련된 경력사원을 뽑는다. 반도체사업부에서는 반도체 설계 분야 인력을 집중적으로 스카웃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멀티미디어용 반도체나 차량용 반도체 등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우선적인 영입 대상이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급속도로 확산되자 삼성이 이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휴대폰 단말기를 비롯해 모바일 콘텐츠, 네트워크 시스템 분야 경력자를 대거 흡수하고 있다"며 "마치 블랙홀처럼 모바일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를 총괄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인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200여 명에 불과했는데 올해 말에는 1000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삼성SDS는 신규 사업 강화와 기존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10개 부문에서 부문별로 경력직을 두 자릿수로 뽑고 있다.

LED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LED도 활발하게 해당 분야 경력직 충원과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4월 출범 당시 1000명이던 삼성LED 직원 수가 현재 2000명을 훨씬 넘어섰다.

바이오업계에서도 삼성은 인력을 대거 흡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바이오제약 및 생명공학 분야 경력사원 채용`이라는 공고를 내걸었다. 항체신약 개발부터 세포주 개발 등 바이오 의약품 전 분야를 망라한 인재 스카웃이었다.

바이오제약사 모 임원은 "삼성이 바이오 진출을 공언하면서 기존 제약사 경영진은 삼성으로 인력이 유출되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최대 현안이었다"며 "일정 수준 이상 기술력을 갖춘 업체에서 근무하던 연구진들은 대부분 오퍼를 받았고 상당 부분 이직했다"고 털어놨다.

LG생명과학은 삼성전자가 자사 임원을 스카웃해가자 소송을 제기했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삼성이 연구개발(R&D) 총괄 임원을 채용했지만 법원에서 일정 기간 겸업금지한 조항을 들어 매일 큰 금액의 벌금을 내라고 판결했고 결국 해당 임원은 퇴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소송 대상이 된 임원 외에도 연구직 5~6명이 삼성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에서도 삼성의 인재 스카웃은 화제가 됐다. 이번 임원 인사 때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박창근 패션사업 1부문장은 리바이스재팬 사장을 지내다가 2007년 제일모직 빈폴 컴퍼니장 겸 캐주얼사업부장으로 영입됐다. 신세계에서 일해온 권오향 상무는 최근 제일모직으로 옮겨 신규사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은 중국에서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는 의류업체 이랜드와 인재 쟁탈전을 벌였다. 2008년 10여 년간 이랜드 중국법인장을 역임한 상무가 사표를 내고 제일모직으로 옮겨가자 이랜드가 제소한 것이다. 2년여를 끌어온 이 사건에 대한 1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제일모직 손을 들어줬다. 이랜드 핵심 임직원을 부당하게 유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다만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이랜드가 입사계약서에 `동일업계 전직 금지조항`을 삽입한 이후 전직했을 때는 이랜드 편을 들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삼성이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는 다툼이 치열해지기 마련"이라며 "가끔 기업들 사이에서 이 문제를 놓고 마찰이 빚어지지만 좀 더 좋은 근무조건을 원해 이직하는 직원들 욕구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매일경제 김대영 기자/전범주 기자/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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