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총 GDP초과…증시의 독인가 약인가

코스피 시가총액이 최근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내총생산(GDP)을 뛰어넘자, 이를 놓고 증시전문가들이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지난 9일 1천105조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추정한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1천104조원을 웃돌았다. 이어 21일에는 1천133조원까지 불어났다.

21일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은 GDP의 103%,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친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은 1조228조원으로 GDP의 111% 수준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GDP대비 시가총액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것은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말·연초 중장기 글로벌 자금이 자산을 배분하면서 국가 간 비중을 조절하는데 시총 증가가 국내증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특히 한국증시가 활황기였던 2007년을 제외하면 시가총액 비중이 GDP보다 컸던 적이 없었고, 신흥국 가운데 홍콩, 대만 인도보다 높지는 않지만 고성장을 지속하는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GDP 대비 시총이 증가했다는 것은 경제규모 대비 자본시장 규모가 확대됐다는 것인데, 단기간에 과도하게 상승한(오버슈팅) 경향이 있다"며 "가격의 절대적인 수준을 볼 때 중장기 글로벌 투자자들이나 연기금이 국내주식을 공격적으로 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LIG투자증권은 GDP대비 시가총액 비중 증가가 국내시장이 선진국형 시장으로 변모해가는 증거라며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5천달러에 이를 때까지는 GDP 대비 자본시장의 비중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고, 올 연말에 1인당 GNI는 2만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어서 시총증가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LIG투자증권은 또 지난 2000년 이후 시가총액과 코스피지수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이 커지면 코스피지수가 뒤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다는 데 주목했다.

지난 9월 코스피 시총이 2007년에 기록한 최고수준을 넘어서자 코스피지수가 3개월뒤 2,000선을 넘어선 것이 바로 그 예가 된다는 것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늘면서 시가총액이 먼저 커지고, 이후 선물지수가 오르다가 코스피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익에 대한 해석 차이도 코스피의 현 시가총액이 과연 적정한가에 대한 논란을 부르는 원인이 되고있다.

우리투자증권은 국내 기업의 이익증가율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으며 내년 1분기에 중국 긴축, 남유럽 채권만기 등으로 실적전망치가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지만, LIG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코스피200기업의 분기 영업이 질적으로 한 단계 올라서 영업이익 추정치가 25조원에 무난히 도달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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