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를 끌어오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특별법이 지난 8일 여당의 단독처리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재원도 마련돼 있지 않은데다 입지 선정을 놓고 지방자치단체들의 과당경쟁 움직임을 보이면서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김창경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시상식’에 참가, 축사를 통해 “과학벨트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을 육성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 과학입국을 실현하는 메카가 될 것”이라며 “당초 3조5000억원에서 항구적으로 10조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어 “21세기는 창의성·융합·지속가능성이 메가트렌드를 이루고 있다”면서 “과학벨트가 기초가 돼 이 같은 융/복합·스마트 분야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노벨상 커뮤니티를 뚫어 세계 대표적인 과학자를 키워내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과학벨트 조성을 위해 확보한 자금은 새해 예산안에 반영된 100억원 뿐이다. 예산과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이나 기반 조성, 중이온가속기 설계 등에 필요한 500억원의 예산 증액을 이뤄내지 못한 탓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입지선정 문제를 해결할 근거조항도 법안에 넣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과기계에서는 “100억원으로는 중이온가속기의 설계를 시작하거나 관련 연구 지원을 할 수도 없다”면서 “법안만 통과시켜 놓은 채 또 1년을 허송세월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입지 선정, 세부 계획도 짜지지 않은 상태에서 각 지자체는 벌써부터 유치경쟁에 나섰다.
염홍철 대전시장과 이시종 충북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16일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을 위한 충청권 시·도지사 대정부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는 세종시, 대덕연구개발특구, 오송·오창의 BT·IT 산업단지를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충청권 핵심 공약”이라면서 “어떠한 정치적 논리도 배제하고, 지역 간 불필요한 갈등과 소모적인 국력 낭비 방지를 위해서라도 당초 계획대로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조성할 수 있도록 지정·고시하라”고 촉구했다.
충청권은 앞으로 시·도지사를 공동 위원장으로 하고 과학·경제계 인사와 시민단체장 등이 참여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충청권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발주, 국회 항의방문과 서명운동 등 여론몰이에도 나설 방침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예산도 없는데 정치적 이슈에 파묻혀 자칫 잘못하다가는 과학벨트의 첫 삽을 뜨지도 못하고 끝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정지연·신선미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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