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대표적인 화두로 ‘스마트 혁명’을 꼽을 수 있다. 올해 소비 시장은 인터넷에서 모바일(휴대폰) 중심으로 넘어갔다. 고객의 동향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인 금융권에서도 이 같은 시장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처했다.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은 기본으로 기존 고객 이탈 방지와 함께 새로운 젊은층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용 스마트폰 상품이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상품과 서비스가 아직 고객의 대이동으로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용도가 다양해질 것인 만큼 앞으로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금리 논쟁도 뜨거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위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는 과정에서 저금리에 불만이 높았고, 이에 금융권에서 금리를 추가로 제공하는 특판상품도 인기를 모았다.
◇스마트폰으로 가입하면 금리도 업(Up)=올해 들어 스마트폰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은 이들 스마트폰 고객 잡기에 적극 나섰다. 이를 위해 기획한 것이 스마트폰 전용상품. 주요 시중은행 대부분이 출시한 가운데 상당수가 기존 상품보다 금리를 높여줬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똑같은 조건임에도 스마트폰으로 가입하면 금리를 높게 받을 수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다소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고객의 동향을 체크하는 동시에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상품의 가능성을 탐색해보는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이 한도액을 정하고, 이 범위 내에서만 판매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월 25일 출시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전용 상품인 ‘KB 스마트★폰 적금·예금’이 17영업일 만에 가입계좌가 1만건을 넘어섰다. 창구·인터넷뱅킹이 아닌 스마트폰에서만 가입이 가능한 상품으로 은행 내부적으로 판매실적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국민은행은 주요 이용자가 젊은층이라는 데 착안, 계좌 현황을 농장으로 형상화한 농장 육성 서비스라는 재미요소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추천인과 피추천인 모두에게 우대이율을 제공했다.
기업은행도 ‘IBK스마트펀(fun) 통장’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달 선보인 상품으로 1년 만기 금리가 연 4.1%로 일반 상품보다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상품 가입 시 일부 수수료 면제와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또 예적금 실적에 따라 캐시백 포인트와 애플리케이션 포인트 중 하나를 적용받는다.
◇랩어카운트에 돈 몰려=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맞춤형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인 랩어카운트 시장 공략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랩어카운트 규모는 32조3000억원대에 달했다. 지난해 초 13조원대에서 작년 말 20조원대로 증가한 후 올해 들어서도 크게 늘어난 것. 특히 올 초에는 다소 부진하다가 2분기 이후 폭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랩어카운트 계약자산 규모가 3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랩어카운트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동향으로는 1인당 계약 잔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고액 자산가들이 랩어카운트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열 우려가 나오고 있고 랩어카운트 성장에 맞춰 은행들도 유사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여러 종류의 자산운용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고객 기호에 맞게 구성해 제공하는 자산 종합관리 계좌다. 투자자는 증권사에 자금을 맡기고 일정한 수수료를 지불하면 증권사에서 주식·채권·뮤추얼펀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한다. 위탁수수료·운용보수·투자자문 등 계좌운용에 관한 비용과 서비스도 총괄 관리하게 된다.
대우증권의 ‘대우 슈퍼 매니저 랩’은 우수 자문사들을 스타일별로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자문사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추구한다. 일임형 랩어카운트로 스타일별 우수 자문사의 정기적인 선정과 분산투자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획해 주목받고 있다.
◇튀는 카드가 통한다=올해도 카드업계에서는 ‘특화’ 단어가 끊이질 않았다. 더 많은 고객에게 더 뛰어난 혜택을 주겠다는 의지다. 고객 역시 인터넷 등을 통해 카드별 특장점 비교가 쉬워지면서 튀는 특색이 없으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과거보다 한층 더 특화한 카드로 고객몰이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를 뜨겁게 달궜던 상품은 ‘주유특화카드’. 금융당국의 자제 요청으로 주유 할인을 크게 줄였던 카드사들이 전국 주유소 어디에서나 할인받을 수 있는 새로운 특화카드를 들고 나온 것. 고객들은 보유 카드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특정 주유소를 찾기 위해 방황할 필요가 없어졌다.
대표적인 상품이 롯데카드의 ‘롯데 드라이빙 패스카드’. LPG를 포함해 전국 모든 주유소에서 리터당 80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전월 사용금액에 비례해 할인 한도가 정해진다. 교육 특화카드도 나왔다. BC카드가 선보인 ‘키자니아 에듀카드’는 전국의 모든 학원 및 유치원에서 최대 1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모바일신용카드도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기대만큼 확장하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카드가 향후 대세가 될 것이라는 데는 공통된 의견이지만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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