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차는 대형 세단들조차 자동 4단 변속기를 쓰던 시절, 수입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들어온 유럽 명차들에 장착된 자동 6단 변속기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수입차들에 자극을 받은 국내 메이커들도 앞다퉈 6단 변속기 개발에 힘을 쏟았고, 이제는 국산 대형차는 물론 소형차에까지 6단 변속기가 보급됐다. 하지만 앞서 가는 메이커들은 계속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였고, 지금은 8단 자동 변속기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6단보다 많은 다단 변속기 경쟁은 메르세데스-벤츠가 7G-트로닉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과연 6단보다 더 많은 단수가 필요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을 즈음, 도요타는 한발 더 나아가 렉서스 LS 모델에 8단 자동 변속기를 선보이면서 기술적 우월성과 프레스티지 이미지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편, 일반 자동 변속기가 아닌 듀얼 클러치 방식의 변속기들도 앞다투어 7단을 갖추면서 포르쉐 등의 순수 스포츠카에도 7단 변속기가 장착되기 시작했다.
비록 도요타에 선두를 뺏기긴 했지만 유럽의 변속기 전문 생산 업체인 ZF사가 8단 변속기를 내 놓으면서 현재 8단 자동 변속기를 사용하는 브랜드는 렉서스를 비롯해 BMW, 아우디 등이 있다. 하지만 ZF사에서 공급하는 8단 변속기는 각 브랜드의 기함 모델뿐 아니라 4기통 엔진을 얹은 BMW 5시리즈와, 아우디의 신형 A6 등에도 적용되고 있어 향 후 빠르고 폭넓게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8단 변속기를 장착한 국산 승용차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월 ‘국제 파워트레인 컨퍼런스’를 통해 8단 자동 변속기를 선보였으며, 내년에 제네시스에 이 변속기를 장착하는 것을 시작으로 에쿠스, 모하비 등에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 자동차는 변속기 생산 전문업체가 아닌 자동차 생산 업체로서는 세계에서 최초로 8단 변속기를 개발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개발된 후륜 구동형 8단 변속기 외에 전륜 구동형 8단 변속기도 개발하고 있어 2012년부터는 신형 그랜저 등 전륜 구동 고급 모델에 적용하게 된다.
변속기의 단 수를 많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이나믹한 주행과 뛰어난 연비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단의 경우 가속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기어비를 조정하고, 6단 이상의 고단은 회전수를 낮게 사용하면서 연료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하게 된다.
8단 자동 변속기가 적용된 아우디 A8 4.2 모델의 경우, 급가속 시 1단과 2단이 각각 60, 90㎞/h에서 변속되면서 0~100㎞/h 가속에 5.7초가 걸리며, 100㎞/h로 정속 주행할 때는 8단 기어에 물려 불과 1600rpm으로 주행한다.
박기돈 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