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반도체 기업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국산화를 이뤄내 회사를 설립한 지 2년 만에 시장 진입에 성공한 회사가 있다. 유대규 와이팜 사장(32)은 국내에서는 불모지로 여겨지던 고효율 전력증폭기(PAM)를 개발했다.
휴대폰은 이동통신 주파수를 찾기 위해 전기신호를 공중으로 쏘아 보내는데, 이 신호를 증폭시켜주는 부품이 전력증폭기다. 모바일 기기의 안테나 바로 밑단에 위치하며, 안테나를 통해 신호를 기지국까지 송출해서 이동통신망을 찾아준다. 이동통신망이 잡히지 않는 곳에서 휴대폰 배터리가 빨리 닳는 이유는 전력증폭기가 기지국을 찾기 위해 계속 구동되기 때문인데,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약 70%가 전력증폭기에 쓰인다. 전화 통화를 오래하면 휴대폰이 뜨거워지는 것도 전력증폭기가 끊임없이 신호를 기지국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부품 업계에서는 전력증폭기의 효율을 개선하고 발열량을 줄이는 게 화두로 떠올랐다.
유대규 사장은 “외국계 회사들이 10년 이상 이 시장을 차지해왔지만 우리 기술로도 업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과감하게 벤처기업에 도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유 사장이 기술력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던 건 10년 이상 증폭기 시장을 독점해온 회사들이 진보된 기술을 더 이상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와이브로·롱텀에벌루션(LTE) 등 데이터 전송량이 많아지는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전력 효율성만 높이면 신생 업체도 충분히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시작은 지난 2006년이다. 유 사장은 포스텍에서 전자전기공학과 박사학위 및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초고주파 회로설계 기술을 통한 고효율 전력증폭기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가 이 사실을 알고 상용화 제안을 했고, 개발 비용을 지원했다. 곧바로 회사를 창업하고 캐피털 세 곳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았다. “검증된 기술이 있어서 투자받기도 쉬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2008년 4세대(G) 이동통신 ‘와이브로·와이맥스(WiMAX)’용 전력증폭기를 개발했고, 지난해에는 LTE 제품도 내놨다. 외산 제품보다 입력전력 대비 출력전력(PAE) 효율을 대폭 개선한 제품이었다. 각 나라 사업자들마다 다른 주파수 대역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광대역 특성도 보유했다. 덕분에 스카이웍스·아바고·RFMD 등 외국계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해 지난 2008년 삼성전자 제1 협력사로 등록됐다. 일본에서도 신생 기업의 기술력을 믿고 쓰는 곳이 나타났다. 히타치에 전력증폭기를 공급했다.
지금은 규모가 큰 2G·3G 이동통신 시장을 겨냥한 GSM·CDMA·WCDMA용 전력증폭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개발 막바지 단계로,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이다. 유 사장의 목표는 모바일 전력증폭기 시장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와이맥스(WiMAX)·LTE용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5년 후에는 2G·3G·4G 시장 전체를 석권하는 게 꿈이다.
유대규 사장은 “‘노블FP스 오블리주’가 신념이자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두 명으로 시작한 회사의 직원 수는 어느덧 열 명으로 늘어났다. “직원 개개인이 우수한 인재로 성장하는 게 우선이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도덕적인 의무를 다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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