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구글과 전략적 밀월관계를 형성하며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컴퓨터 등 각 분야에서 시장 선도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드웨어(HW) 제조 일인자와 소프트웨어(SW) 최강자가 협력해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애플을 넘어 산업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구글이 이달 발표한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넥서스S`와 크롬 운영체제(OS)를 내장한 신개념 노트북컴퓨터 `크롬OS PC(Cr-48)`를 모두 제조했다.
넥서스S는 새로운 안드로이드 OS인 진저브레드(2.3)를 처음으로 탑재한 차세대 구글폰이다. 삼성이 갤럭시S를 모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첫 진저브레드폰이 내년 1~2월 선보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이달 말 출시하게 됐다.
앞으로 출시될 진저브레드 탑재 스마트폰은 모두 삼성이 만든 넥서스S를 참고하게 된다.
크롬 OS 노트북컴퓨터는 향후 노트북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지 주목되는 제품으로 역시 삼성이 만든다. 인터넷 기반 OS이기 때문에 컴퓨터 시작(부팅) 속도가 4~5배 빠르고 데이터는 PC 내 하드디스크(HDD)가 아닌 인터넷에 저장된다.
삼성은 노트북컴퓨터 글로벌시장 점유율(약 3.9%)이 낮음에도 사업을 지속 추진한 결과 첫 크롬 OS 노트북을 제조하게 됐다.
이에 앞서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내장한 글로벌 태블릿PC인 `갤럭시탭`도 삼성이 처음 내놨으며 구글TV도 소니에 이어 삼성전자가 선보일 예정이어서 삼성과 구글 간 전방위 협력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 제조업에 강하지만 소프트웨어와 OS 경쟁력이 약하다는 단점을 구글의 개방형 OS로 보완하고, 구글도 개념에 불과한 비즈니스 모델을 삼성 제조 능력을 통해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엔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캠퍼스에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OS 협력을 위해서는 분야별로 개발자가 최소 20~30명 정도 구글 캠퍼스에 상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삼성과 구글은 최근 들어 최고경영자(CEO) 수준에서 긴밀히 대화하고 있다"며 향후 협력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도 "한 회사가 모든 것을 잘할 수 없지만 제조에 강한 삼성이 개방형 OS 장점에 눈을 떠 가는 것 같다"며 "삼성 사례는 구글 OS를 사용하려 하는 다른 제조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은 애플과는 경쟁하면서 보완하는 관계다. 하드웨어(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에서는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핵심 부품(A4칩, 메모리, MLCC 등)을 애플에 공급한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구글 관계가 당분간 `밀월` 수준으로 돈독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검색 광고(구글)와 기기 제조ㆍ판매(삼성)를 핵심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충돌하지 않고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시제품 수준인 구글TV나 크롬 OS 노트북컴퓨터 등 구글 `미래`를 삼성이 제조한다는 측면에서 양사 간 향후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확신이 들면 밀어붙이는데, 구글과는 윈윈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지훈 관동의대 IT융합연구소장도 "구글과 삼성은 각 분야에서 충돌하는 애플과 달리 비즈니스 모델이 부딪칠 게 없다"며 "삼성 자체 OS인 바다가 성장할 때까지 윈윈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최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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