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프린터의 새바람 `e프린트` 사용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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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복합기 ‘엔비D410a’는 가전 같다. 여느 프린터와 달리 직사각형 모양에 광택의 외관은 TV나 DVD플레이어에서 보던 것과 많이 닮았다.

흔히 프린터하면 용지를 넣는 보관함도 눈에 띄고 여러 버튼도 제품 전면이나 상단에 보이는데, 엔비D410a는 가전을 표방해서인지 터치식 버튼으로 그 모습이 숨겨져 있다.

가전 같은 이 제품을 일주일간 사용하면서 머릿속에 맴돈 것은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라는 유명한 광고 카피처럼 이 프린터를 부모님 댁에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엔비D410a에는 ‘이프린트(e-print)’라는 독특한 기능이 들어 있다. 프린터 고유의 이메일 주소로 사진이나 문서를 보내면 원하는 출력물을 받아보는 기능이다.

일종의 팩시밀리와 같은 개념인 데, 전화번호 대신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야 하고 PC·스마트폰 등 이메일 전송이 가능한 기기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복잡해 보이는 이런 기능이 왜 유용할까.

조부모는 항상 손자·손녀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얼굴을 보며 통화가 가능한 첨단 기술 시대지만 영상통화는 쓰기 어렵다. 그리고 언제나 쉽게 꺼내 볼 수 있는 사진을 선호한다.

이프린트 기능은 여기에 잘 부합한다. 서울에 있는 손자 손녀의 사진을 부산에 사는 조부모에게 종이 사진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린터 한 대만 놓으면 사진을 따로 뽑을 일도 없고 우편으로 보낼 번거로움도 없다. 해외 등 거리가 멀수록, 친척 등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런 기능은 더욱 유용할 것 같다.

가족 간 사진을 예로 들었지만 사무나 업무에서도 이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국내외 출장길에 급한 서류를 보내야 한다거나 원거리 현장에 도면, 지시서 등을 전달해야 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프린트 기능을 쓰기까지 준비 과정이 너무 난해했다. 가족 간에 쓰려면 정말 ‘부모님 댁에 놓아 드려야’ 한다. 초기 인터넷 연결부터 이메일 세팅까지 상당한 수고를 필요로 한다. 이메일 계정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HP로부터 발급받는 형태여서 프린터로 사진을 보낼 때 이메일 주소를 기억하기가 난해했다. 또 사진 용량이 5MB로 제한돼 있는 건 의외였다. 고화소 카메라의 보편화로 장당 사진 용량이 작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5MB 제약은 아쉬움이 남는다. 디자인만이 아니라 사용법 역시 좀 더 가전 같이 간편해져야 한다.

기타 출력기능은 만족스러웠다. 특히 무선랜이 내장돼 내 PC에서 무선으로 사진이나 문서를 출력할 수 있다는 점은 편리했다.

과거 프린터는 PC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젠 TV 옆에 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이프린트 기능이 그렇듯 요즘 프린터는 인터넷에 연결돼 가족사진을 뽑는다든지, 웹상의 요리법·지도 등을 출력할 수 있어 거실에 두고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데 부족함이 없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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